[미국 금리인상 초읽기] 글로벌 자금 美로 쏠리나…"세계 금융시장,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주 미국 증시 충격 이어 일본도 급락
"다시 제로금리로 돌아갈 것" 전망도
미국 금리인상이 임박했다는 전망 속에 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가치 급락)한 14일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외환딜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5원30전 오른 달러당 1184원80전으로 마감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7년간 이어진 제로 금리에서 벗어날 채비를 하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인 마켓워치는 14일 “15~16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008년 12월 이후 이어져 온 제로 수준(0~0.25%)의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 확실시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긴축’ 앞두고 커지는 변동성
이달 초부터 뉴욕 자금시장에서 거래되는 3개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는 0.25%포인트의 가산금리가 적용되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0.10%포인트 미만이었던 가산금리가 급등했다. “시장이 금리인상을 확정적인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라고 월가 관계자는 말했다. 단기금리 지표인 미 국채 2년물 금리도 지난주 연 0.94%까지 오르며 1%에 근접하고 있다.

FOMC가 금리인상을 통해 ‘긴축’으로 방향을 전환할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지난주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3~4%대의 급락세를 보인 데 이어 14일에는 일본 증시가 충격파를 맞았다. 이날 오전 닛케이225지수는 한때 3% 이상 급락하고, 도쿄증권거래소 1부 종목 90% 이상이 일제히 하락하는 약세를 보였다.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위험자산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국제유가 급락세와 맞물리며 나타난 현상이다.

중국의 위안화 약세도 투자심리를 끌어내렸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를 전 거래일보다 0.21% 낮은 달러당 6.4495위안으로 고시했다. 4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가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응해 위안화 가치를 더 떨어뜨리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분석했다.

유럽도 선제대응에 나섰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피터 프랫 이사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ECB는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다”며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준비가 끝났음을 강조했다. 프랫 이사는 “양적 완화 프로그램에 추가 조정이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며 투자금 유출 가능성에 따른 시장혼란 잠재우기에 나섰다.◆“5년 내 다시 제로금리” 전망도

Fed가 이번에 금리를 올리겠지만 몇 년 뒤엔 다시 금리를 낮추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5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꼴인 58%가 5년 내 기준금리가 다시 제로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전했다. 7명 중 1명꼴인 16%는 마이너스 금리로 떨어질 수 있다고 응답했다. 또 10명 중 4명꼴인 39%는 5년 이내에 양적 완화와 같은 대규모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응답자들은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3년 이상 Fed의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는 데다 미국 경제도 생산성 둔화 등으로 높은 금리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유럽의 낮은 경제성장률과 중국의 경기둔화,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시장 거품붕괴 가능성도 원인으로 지목됐다.미국이 다시 경기침체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연내 금리인상에 나서서는 안된다는 반대여론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부 장관은 최근 FT 기고문에서 “미국 경제가 침체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경기회복 후 2년 내 침체에 접어들 가능성이 50%, 3년 내 침체에 빠질 확률은 65%에 달한다”며 “과거에는 3% 가까운 명목성장률을 보였지만 현재는 2%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신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털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Fed가 기준금리를 올리면 전혀 다른 세상이 될 것”이라며 연내 금리인상에 나서서는 안된다는 경고를 보냈다고 비즈인사이더 등 외신들이 전했다. 그는 대표적 위험자산인 정크본드 시장의 붕괴 가능성을 예로 들며 “이런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상상할 수 없다”며 섣부른 긴축이 미국 경제를 다시 침체에 빠뜨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