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절반 깎여도…" 안정직장 좇는 고학력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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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급 공무원 첫 민간경력자 80명 선발…합격자 절반 이상이 석·박사 학위“연봉은 전 직장에 비해 절반 정도로 줄어듭니다. 그래도 명퇴(명예퇴직) 걱정 없이 60세까지 정년 보장이 되는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싶어 공무원에 지원했습니다.” 올해 7급 국가공무원 민간경력자 일괄채용시험에 최종 합격한 A씨는 이같이 밝혔다. A씨는 10년 넘게 대기업에 근무한 경력을 인정받아 내년부터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일할 예정이다.인사혁신처가 17일 공개한 2015년도 7급 국가공무원 민간경력자 일괄채용시험 최종 합격자 명단에는 대기업 연구원 및 회계사, 약사 등 전문직 종사자가 대거 포함됐다.공무원 민간경력자는 애초 부처별로 수시채용했으나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딸 특채 파문으로 2011년부터 인사혁신처(옛 안전행정부)가 1년에 한 번 채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5급을 대상으로 했다. 7급 경력시험은 올해 처음 치렀다. 지원 요건은 관련 분야 3년 이상 근무경력자 혹은 관련 분야 석사학위 이상이다.
명퇴 '칼바람'에 지원 몰려
대기업 연구원·회계사·약사…"급여 적지만 정년까지 보장"
불안한 미래에 이직 '러시'…"5급보다 7급" 눈높이도 낮춰
인사처 고위 관계자는 “올해 처음 치른 7급 경력 시험에 이처럼 고학력자가 많이 몰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5급 공무원 민간경력시험의 경쟁률은 2013년 32.5 대 1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14년 26.6 대 1, 올해 20.8 대 1로 매년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추진한 공무원연금 개혁 탓에 지원자 수가 줄었다는 것이 인사처의 설명이다. 인사처 관계자는 “고학력자들이 5급 시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운 7급으로 눈높이를 낮춰 하향 지원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 본격화하고 있는 민간 기업의 잇단 구조조정이 7급 경력시험의 높은 경쟁률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장 경력이 5년차 미만인 합격자가 30명으로 전체 합격자 중 37.6%에 달했다. 합격자들의 경력기간은 평균 6.7년이었다. 8년 이상 장기 경력자가 24명으로, 전체의 30.1%에 육박했다. 전체 합격자 열 명 중 세 명가량이 민간기업에서 최소 과장급 이상으로 근무한 직원이라는 얘기다.국내 대기업 전자계열사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다 이번 시험에 합격한 B씨는 “대기업도 40대 초반이면 명퇴하는 것을 보고 연봉이 적더라도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에 지원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전 직장에서 B씨가 받은 연봉은 6000만원이 넘는다. 하지만 그가 내년부터 받을 연봉은 3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2016년 공무원 보수표에 따르면 7급 8호봉의 월급은 219만9900원이다.
고학력자가 하위직인 7급 공무원에 몰린 현상은 1998년 외환위기 때와 비슷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부처 관계자는 “외환위기 당시 공무원의 명퇴가 늘어나면서 7급 신규 인력을 대거 뽑았다”며 “당시에도 석사학위 이상 등 고학력자가 대거 몰렸다”고 말했다. 다만 경기가 회복된 2000년대 초반부터 고급 인력이 다시 민간 분야로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