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선 조폭 보스, 집 안선 찬밥…가장의 좌충우돌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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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수목극 '달콤살벌 패밀리'…먹고살기 힘든 시대, 가족을 위로하다

공포와 웃음 결합한 에피소드, 끊임없이 럭비공처럼 굴러가
살벌한 사건들이 웃음 '급반전'

"허이구~ 뛰다 죽겠네 참말로" 요즘 장안의 유행어로
MBC 수목극 ‘달콤살벌 패밀리’(극본 손근주·김지은, 연출 강대선)는 독특한 코미디다. 집 밖에서는 폼 나는 조직 중간 보스지만 집 안에서는 찬밥 신세인 남자의 좌충우돌 생존기를 유쾌하게 그렸다.

정준호가 연기하는 윤태수는 조직 보스인 백 회장(김응수)의 눈치를 살피며 숨 죽인 채 살면서 백 회장의 아들인 기범(정웅인)의 견제까지 감당해야 한다. 집 안에서는 철없는 홀어머니와 기가 센 아내(문정희), 두 자녀에게조차 홀대받는다. 바깥에서 큰소리 치는 기범도 전처(유선)와 딸에게 구박받는, 태수와 비슷한 처지다. 40세 안팎의 남녀 배우들이 이끌어가는 이 드라마는 잘생긴 20~30대 배우들이 주도하는 주류 로맨틱 코미디와는 다르다.드라마의 매력은 공포와 웃음을 결합한 에피소드들이 럭비공처럼 굴러간다는 데 있다. 소동이 끊임없이 일어나면서 극은 반전을 거듭한다. 가령 유선을 위협하던 한 남자는 유선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휘두른 둔기에 맞고 기절한다. 또 다른 남자는 도망치다 넘어져 의식을 잃은 채 버려진다. 물론 이들은 죽지 않고 부활해 다시 찾아온다. 살벌하던 사건들이 웃음으로 급반전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정준호의 아내이자 정웅인의 전처인 문정희와 유선의 라이벌 관계도 흥미롭다. 한때 연적(戀敵)이었던 두 여자는 승부욕으로 막장 대결을 하다가 머리채를 잡고 싸운다. 술 취한 남편을 데리러 갈 때도 서로 먼저 술집에 들어가려고 어린애처럼 싸운다. 그 싸움의 밑바닥에는 최고 보스의 거절하지 못할 제안이 있다. 가족의 사활이 걸린 제안이다.

두 커플의 아이들도 골칫거리다. 아들은 자신이 아빠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낸 뒤 부모에게 반기를 들고, 딸들은 행방불명이 되거나, 경쟁 스트레스를 이기기 위해 신경안정제를 과다 복용하다 쓰러진다.이 모든 소동은 우리네 가족의 초상을 과장되게 표현한 것이다. 일반인들에게 직장의 상사는 조직의 두목과 다름없이 두려운 존재다. 오너의 말은 보스의 말과 동격이다. 아들과 딸은 얼마나 골칫덩이들인가.

한마디로 먹고 살기 힘든 이 시대의 가족을 위로하는 드라마다. 윤태수는 가족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 시대의 가장을 대변한다. 매일 밤 편히 잠든 가족의 모습을 확인하고 ‘오늘도 무사히’라는 가훈을 보며 마음을 다잡는 태수의 모습에는 우리네 아버지의 자화상이 투영돼 있다. 그는 조직의 이권을 위해 살벌한 행동도 마다하지 않지만 가족들에게 떳떳하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이다. 그의 눈물겨운 사투는 때로는 코믹하고, 때로는 가슴 찡하다. 충청도 사투리로 내뱉는 “허이구~ 뛰다 죽겄네 참말로”란 그의 대사는 요즘 장안의 유행어로 떠올랐다.

강대선 PD는 “가족이 그 어떤 것보다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임을 보여주고 싶다”며 “비록 태수나 기범이 우리 사회에서 어두운 그늘 속 직업을 가진 인물들이지만 그들이 양지의 세상으로 당당하게 나오고자 발버둥치는 한편 가족을 지키려 처절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휴먼 코미디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