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껍데기만 남은 법 아닌 온전한 법을 통과시켜라

올해도 열흘 뒤면 끝나지만 국회의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는 길이 안 보인다.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들이 따가운 여론을 의식해 억지로 만나 공론만 벌일 뿐 한 치도 진전이 없다. 어제 소위 ‘2+2 회동’도 결렬이었다. 여기에 국회의장은 합의가 안 되면 선거구 획정 법안만 직권상정하는 것으로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며 공을 넘기기만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일 호소도 하고 개탄도 하며 법안 처리를 촉구하지만, 모두 꼼짝도 안 한다. 대통령 홀로 허공에 외치는 모양새다.

말이 경제살리기 법안이요 개혁법안일 뿐이다. 여야 흥정 과정에서 이미 누더기가 돼버려 정체를 알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선제적 구조조정을 지원한다는 ‘원샷법’부터 그렇다. 정부와 여당이 대기업 특혜 법안이란 말에 경영권 승계나 특수관계인 지배구조 강화 등 악용 소지가 있는 경우는 처음부터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더니, 그것도 모자라 야당의 주장을 추가로 수용해 대기업엔 아예 법을 적용하지 않기로 법안에 명시하기로 했다. 이사회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업 분할 요건, 간이합병 인정요건 등도 강화했다. 대기업 구조조정이 시급해 법안을 만드는 것인데 정작 대기업을 빼려고 드니, 무슨 해괴한 짓을 하는 것인지 어처구니가 없다. 구조조정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소위 노동개혁 5개 법안은 더 하다. 새누리당은 야당에 말도 못 꺼낸 채 아까운 시간을 보내더니, 이제 와서 파견법과 기간제법을 뺀 나머지 법안들만 처리해 개혁 흉내를 내겠다고 한다. 노동개혁법안이라고 말하지만 파견법, 기간제법을 빼면 사실상 노동복지법안이다. 차 떼고 포 떼며 핵심을 다 뺀 ‘껍데기 법안’들만 쏟아질 판이다.

이제까지의 개혁이란 게 모두 말만 요란했을 뿐 맹탕이었다. 공무원연금은 꼼수개혁으로 파탄나는 시간만 늦춰놓았고 노동개혁은 ‘합의하기로 합의했다’는 공허한 소란 끝에 결국 노사정위는 깨졌고 개혁법안이란 건 허공에 맨주먹을 휘두르는 꼴이 될 판이다.

경제살리기를 말하지만, 무엇을 한다는 것인지 도무지 정체불명이다.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여당도 정부도 다 똑같다. 나홀로 목청을 높이고 있는 대통령은 법안 내용들에 대해 무언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제대로 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산업계에서 차라리 이런 껍데기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게 더 낫다고 고개를 젓는 게 현실이다. 이런 식이면 여당과 야당이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제대로 된 법안을 갖고 싸워야 여당과 야당이 구분되고 국민이 잘잘못을 따져 선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