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가게 사장님, 캐럴 마음껏 트세요"

백화점 등 대형매장만 저작권료 내
20일 서울 상수동 홍익대앞 거리. 주변 음식점과 주점, 화장품 판매점이 저마다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매장을 꾸미고 산타 복장 직원들이 고객을 맞았지만 캐럴은 어디서도 들리지 않았다. 몇몇 옷가게나 화장품 판매점은 가게 앞 스피커로 팝송이나 국내 유명 아이돌 그룹의 신곡을 틀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지만 거리에선 캐럴이 사라졌다. 상인들은 “허락 없이 캐럴을 틀면 저작권 소송을 당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연면적 3000㎡ 미만의 중소형 영업장은 매장 음악의 저작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저작권법상 판매용 음반을 매장에 틀 때 음반 제작자에게 보상금을 내야 하는 대상은 연면적 3000㎡ 이상인 대형마트와 백화점, 전문점, 쇼핑센터 등으로 정해져 있다.이 같은 오해는 2006년부터 대형 매장에 대한 음원 제공업체들의 소송이 나타나면서 확산됐다. 최태경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산업과장은 “치킨집이나 일반 음식점 등 중소형 영업장은 캐럴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며 “대형 매장을 상대로 한 저작권 소송 때문에 중소형 매장 점주도 관련 법규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해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자 문체부는 지난 9일 저작권 관련 업체들과 함께 “캐럴을 틀어도 된다”는 홍보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서울 번화가를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 점령한 것도 ‘캐럴 실종’에 영향을 미쳤다. 한 화장품 판매점 직원은 “만국 공통인 캐럴보다 한국 아이돌 그룹의 인기곡을 트는 게 외국인 관광객의 눈길을 끄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소녀시대, 엑소(EXO) 등 한류를 주도하는 인기 그룹이 ‘산타’나 ‘크리스마스’ 등의 단어를 많이 담아 일명 ‘시즌송’을 잇따라 발표하는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 결과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