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중고거래 업체 투자 '열풍'...중고나라·헬로마켓 등 선두 업체들 자금 수십억원 유치

기업 재무

불황 장기화로 성장가능성 커
첫차 등 중고차 앱도 '러브콜'
국내 벤처캐피털들이 개인 간 중고물품 거래 관련 업체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중고나라처럼 개인이 중고물품을 사고팔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나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벤처기업들에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경기 불황 등으로 중고물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의 수요가 갈수록 늘어남에 따라 국내 개인 간 중고물품 거래 시장의 성장성이 중장기적으로 매우 밝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선두 업체부터 틈새 기업까지 투자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슈프리마인베스트먼트는 14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국내 최대 개인거래 온라인 커뮤니티 중고나라를 운영하는 업체인 큐딜리온에 이달 2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달 증권사와 엔젤투자자로부터 40억원을 투자받은 큐딜리온은 이번 슈프리마인베스트의 투자금을 포함해 한 달 새 60억원의 신규 자금을 유치했다.
큐딜리온은 네이버 카페였던 중고나라 운영진이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고 모바일 앱을 출시하기 위해 작년 1월 외부 전문가들과 손잡고 설립한 회사다. 국내 개인 간 중고물품 거래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큐딜리온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모바일 앱 개발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다.중고나라와 경쟁하는 헬로마켓의 운영업체인 터크앤컴퍼니도 다수의 벤처캐피털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2011년 4월 설립된 터크앤컴퍼니는 작년 5월 대성창업투자 서울투자파트너스 한화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총 30억원의 투자를 받은 데 이어 지난달에는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40억원의 투자금을 추가로 유치했다.

국내 개인 간 중고물품 거래 시장은 중고나라가 주도하는 가운데 헬로마켓 등 후발업체들이 모바일 앱을 중심으로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면서 추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고나라와 헬로마켓은 벤처캐피털로부터 자금을 유치할 때 200억~300억원대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분야에 특화된 중고물품 거래 플랫폼에도 벤처캐피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고차 분야가 대표적이다. 중고차 매매 모바일 앱인 첫차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는 미스터픽은 올해 동문파트너즈 DSC인베스트먼트 송현인베스트먼트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총 30억원을 투자받았다. 중고차 경매 관련 모바일 앱 및 인터넷 사이트 브랜드인 헤이딜러를 운영하는 피알앤디컴퍼니도 최근 벤처캐피털인 더벤쳐스로부터 투자를 받았다.○중고물품 거래 돌풍 가능성에 ‘베팅’

국내 벤처캐피털이 앞다퉈 중고물품 거래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한마디로 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 펀드매니저들은 “소수 업체가 주도하고 있는 중고물품 거래 시장은 2010년대 초·중반에 걸쳐 진행된 소셜커머스 시장 성장과 비슷한 양상을 띠면서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쿠팡 티켓몬스터 위메이크프라이스 등 이른바 ‘소셜커머스 3강’이 2010년부터 과점체제를 형성하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전체 시장 파이를 확대했던 것처럼, 중고물품 거래 시장도 일부 선두업체가 중심이 돼 향후 수년간 고성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무엇보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가격이 저렴한 중고제품을 사려는 ‘합리적인 소비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품질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고 결제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서비스가 도입되면 중고물품 거래 수요는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게 벤처캐피털의 전망이다.

벤처캐피털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대기업과 일부 대형 온라인커머스마저 중고물품 거래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며 “중고물품 거래 시장은 소셜커머스를 잇는 전자상거래 시장의 새로운 투자 테마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동혁 기자 otto8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