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책임질 신동력 찾아라"…총수들, 연말연시 고민 또 고민

정몽구, 제네시스 마케팅 구상
구본무, 신성장 분야 확대 고심
이재용, 바이오 사업 전략 마련

최태원, 3년 만에 다보스행
신동빈, 일본롯데 업무 점검
박삼구, 그룹 재건작업 박차
2015년 재계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냈다. 조선 해운 철강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업종을 중심으로 상당수 기업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렇다고 내년에 희망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룹의 미래를 결정짓는 의사결정을 해야 할 총수들로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에도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주요 그룹 총수들은 연말연시를 이용해 불투명하기 짝이 없는 새해에 살아남기 위한 전략 구상에 몰두할 예정이다.

정몽구·구본무 회장, 경영구상에 골몰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새해 1월1일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차례를 지낸 뒤 자택에 머물며 내년 사업구상에 몰두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다음달 4일 발표할 신년사 원고를 검토하고, 현대차그룹의 새해 경영방향과 관련한 큰 틀을 짤 계획이다. 특히 최근 선보인 제네시스 브랜드를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이미지 제고 방안 등에 대해 고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 회장은 최근 주요 지역 법인장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그룹의 미래성장동력인 친환경차의 성공적 출시와 멕시코 공장의 안정적 가동 등을 강조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연말연시에 별도의 일정 없이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주력사업과 신성장사업 분야 확대를 위한 새해 경영구상에 전념한다. OLED, 고부가 석유화학 제품 등 주요 사업 분야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자동차부품, 에너지솔루션 등 신성장사업 분야에서 본격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을 구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새해 1월6~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6’에 참석하지 않는 대신 국내에서 새해 사업전략을 짜는 데 전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오는 28일 열리는 삼성 사장단 세미나에 참석한 뒤 내년 1월4~5일 삼성전자 및 전자 계열사, 금융 계열사, 삼성물산 및 삼성중공업 순으로 이어지는 그룹 시무식에 참석, 각 계열사의 사업계획을 들을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새롭게 진출하기로 한 스마트카 전장(電裝)사업과 그룹의 미래성장동력인 바이오사업에 대한 운영구상을 가다듬을 계획이다. 새해 1월9일엔 이건희 회장의 생일을 맞아 가족들이 모일 계획이며 1월 중순에는 삼성의 신임 임원들을 신라호텔로 초청해 만찬을 같이할 예정이다.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연말 연초에 잡힌 각종 사내외 행사에 참석하는 한편 나머지 시간에는 SK의 주요 사업분야인 에너지, 통신, 반도체를 비롯해 그룹의 중·장기 성장을 이끌 신수종사업 분야에 대한 구상을 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내년 1월 중엔 20~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제4차 산업혁명의 이해’를 주제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 3년 만에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1988년부터 2013년까지 16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다보스포럼에 참석, 세계 정·관·재계 인사들과 교류했지만, 작년과 올해엔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

일본, 평창…바쁘게 뛰는 오너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8일로 예정된 그룹 임원인사를 마무리지은 뒤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롯데의 새해 업무준비 상황을 챙길 예정이다. 28일 이후 한 차례 이상 일본을 방문할 계획이며, 새해는 한국에서 맞을 것이라는 게 롯데 측 설명이다. 신 회장은 특히 신년사 준비에 여느 때보다 만전을 기하고 있다. 신 회장은 신년사에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 등을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전국경제인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별다른 일정 없이 연말을 보낸 뒤 내년 1월4일 전경련 시무식에 참석해 신년사를 하고 직원들과 새해 인사를 나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역시 연말 연초를 서울 가회동 자택에 머무는 것 외에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았다. 개인일정으로 해외에 나가 있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은 연초에 귀국해 1월6일 대한상의 신년 인사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재계에서 연말연시를 가장 바쁘게 보낼 오너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룹의 전반적 경영상황을 점검하는 것과 함께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으로서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연휴를 모두 반납한 채 강원 평창을 찾을 예정이다. 내년 1월4일 오전엔 대한항공 김포 본사에서 열리는 시무식에 참석한 뒤 같은 날 오후 강원도로 이동, 평창올림픽 홍보관 개소식 겸 조직위 시무식에 참석한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29일 금호산업 인수대금 7228억원을 채권단에 완납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막바지 실무작업을 점검 중이다. 금호산업 인수대금을 완납하면 금호산업을 6년여 만에 되찾게 된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