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찬바람 녹이는 훈훈한 교정 공무원들 "교정시설도 사람 사는 곳…따뜻한 손길에 마음 다잡죠"

양윤수·현종일·최헌걸 교위 등

출소자 후원…자비 들여 가게 마련도
수감자 가족 돌보고 일자리 주선
외국인 수용자 재사회화에도 앞장
양윤수 인천구치소 교위(49)는 지난해 면담 과정에서 수용자 김모씨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됐다. 김씨는 어린 시절 새어머니와의 불화로 집에서 쫓겨났으며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인터넷 중고거래 사기를 벌이다가 구속됐다.

김씨는 몇 달 뒤 출소하면 갈 곳이 없다며 걱정했고 양 교위는 후원자를 자처했다. 김씨가 지난해 7월 출소하자 양 교위는 월세방을 마련해주고 출소자정착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했다. 자비를 털어 인천의 한 해수욕장 근처에 가게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양 교위의 지원으로 김씨는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갖게 됐고 최근에는 대학 진학도 준비하고 있다. 김씨는 “사회복지학을 공부해 예전의 나처럼 방황하는 청소년을 보살피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성탄절을 밝히는 교정공무원의 미담 사례가 다수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교도소·구치소에는 어려운 생활 환경에 있는 사람이 많다 보니 이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교정공무원들이 돕는 사례가 상당하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교정시설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모인 곳이어서 언뜻 생각하면 내부 분위기가 살벌할 것 같지만 이는 오해”라고 말한다.

현종일 춘천교도소 교위(42)는 어린 두 딸을 키우며 어렵게 살다가 생계형 범죄를 저질러 수감된 방모씨(60)를 도왔다. 방씨가 수감된 사이 두 딸은 학교에서 자퇴를 했고 설상가상으로 살던 집에서도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딱한 사정을 들은 현 교위는 두 딸이 임대아파트로 이사할 수 있도록 주선했고 매달 임대료 10만원도 지원했다. 자매의 멘토 역할을 자처해 한 달에 2~3회 만나며 진로 및 고민 상담을 했다. 방씨는 현 교위의 도움으로 교도소에서 마음을 잡고 건설기계기관정비기능사 자격을 취득하는 등 모범 수용자로 생활하다가 최근 가석방 허가를 받았다.

경주교도소에서 직업훈련과 취·창업을 담당하는 최헌걸 교위(48)는 지난해 출소자 68명이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주선했다. 올해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어머니와 둘이 살다가 성범죄로 수감된 이모씨 등 네 명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줬다. 이씨가 지난 4월 출소한 뒤 서울에서 특별한 직업 없이 허송세월하자 최 교위는 그를 경주로 내려오도록 설득했다. 경주에서 기업체 면접 등에 함께 다녔고 이씨는 마침내 취업에 성공했다. 최 교위는 “이씨가 성실하고 모범적으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며 사내에서 좋은 평판을 듣고 있다”고 했다.외국인 수용자에게 도움을 준 교정공무원의 미담 사례도 있다. 노일주 대전교도소 교사(33)는 절도로 구속된 외국인 A씨가 출소하는 날 다른 곳으로 빠져 나쁜 마음을 먹지 않도록 그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A씨가 자신의 집 바로 옆에 방을 잡도록 한 뒤 이사도 함께했다. 며칠 뒤에는 교도소 근처 음식점에서 일자리를 갖도록 도왔다. A씨의 쌍둥이 동생도 어려운 환경 탓에 범죄에 노출돼 수감됐다는 소식을 듣고 동생의 후원자 역할을 자처했다. 노 교사는 “A씨 동생이 얼마 전 좋은 여자를 만나 아이를 얻었다는 소식을 전해 와 선물을 보냈다”며 “지금은 이사를 갔지만 재사회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