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동 유연성이 확보되는 가이드라인이어야

정부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30일 공개키로 했다는 한경 보도(12월28일자 A1, 8면)다. 물론 법률이 아닌 가이드라인은 행정부처의 편의주의까지 더해질 경우 더 강한 규제가 될 수 있는 만큼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원론을 따지기에는 노사 관계가 심상치 않다. 당장 정년 60세 연장 시행이 1월1일로 며칠 남지 않았다. 여기에다 근로기준법, 기간제법 등 이른바 5대 노동개혁법안의 연내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노동개혁이라는 구호만 요란했을 뿐 하나도 진척된 것이 없는 상태다. 그런 만큼 이번 가이드라인은 정부의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다만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를 담보하는 방안이 돼야 할 것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일반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방안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경우엔 취업규칙 변경을 쉽게 해주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노동유연성과 직결돼 있다. 일반해고가 허용되면 근로자의 자질이나 태도, 능력 등이 회사의 기준을 도저히 못 맞추는 사람들을 해고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근로기준법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절차 요건조차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50일 이상의 기간 △노동조합과 협의 등(제24조)으로 지나치게 엄격하다. 회사 업무를 못 따라오거나 따라오기 싫어하는 사람을 내보낼 수 있어야 신입사원을 그만큼 채용할 수 있다.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가이드라인은 임금피크제처럼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제도를 사내에 도입할 때 굳이 취업규칙 변경과 같은 의결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임금피크제 도입은 2013년 정년연장법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킬 때 이미 암묵적인 합의를 이룬 것이지만, 노동계가 정년연장이라는 ‘과실’은 따먹고 임금피크제라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면서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가이드라인으로 반드시 되돌려 놔야 한다.

고용부는 가이드라인 공개를 앞두고 ‘공정’이라는 단어를 강조하고 있다. 정면돌파가 더 중요하다. 노동 문제는 그동안 시간을 너무 까먹어 더 이상 기다릴 이유도 여유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