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장단 평가에 'ESG' 넣어라"

사회적 책임경영 강화 위해 '3대 비재무적 성과' 반영 지시

'롯데 혁신 프로젝트' 속도
계열사 자율경영 확대 등 17개 과제 해결 나서
롯데그룹이 내년부터 계열사 사장단의 인사평가에 투명경영과 책임경영 성과를 반영한다. 투명경영을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최고경영자(CEO)에서부터 전 임직원으로 확산돼야 한다는 신동빈 회장(사진)의 주문에 따른 것이다.

30일 롯데에 따르면 이 그룹은 내년 1월부터 친환경(environment) 경영, 사회적(social) 책임, 지배구조(governance) 개선 등 ‘ESG’로 요약되는 3대 비(非)재무적 성과를 사장단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사장단이 투명 및 책임경영과 직결되는 세 가지 항목을 위해 노력하고 달성한 정도를 수치화해 고과 요소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비재무적 성과는 재무제표를 통해 드러나는 재무적 실적 이외의 성과로, 기업의 계속 경영 가능성을 평가하는 한 지표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신 회장의 경영철학을 임직원 모두가 공유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지난 4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사장단회의에서도 ESG를 강조했다. “환경친화적인 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 그리고 투명한 지배구조는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며 “고객, 주주, 국민과 신뢰를 구축하는 일을 대표이사들이 직접 챙겨달라”고 당부했다.이는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시작된 기업공개, 순환출자 해소 등 ‘롯데 혁신 프로젝트’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호텔롯데는 내년 2월 상장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고, 순환출자도 전체 416개 고리 중 349개(84%)를 풀어 67개(16.1%)만을 남겨뒀다. 임원 인사에 앞서 이사회 개최를 의무화하는 등 준법경영도 강화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지난 70여년간 장막에 가려 있던 롯데가 신 회장의 계속된 혁신을 통해 장막을 하나둘 걷어내고 있다”며 “원칙을 중요시하는 선진 경영문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기업문화개선위원회가 지난 29일 3차 위원회를 열고 선정한 내년도 17개 중점 과제 실행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내부 임직원의 신뢰 회복을 위한 과제로 △계열사 자율경영 확대 △보고 및 회의 최소화 △바람직한 리더상 재정립 등에 주력하기로 했다. 외부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파트너사와 수평적 관계 강화 △파트너십 회복을 위한 임직원 체질 개선 △파트너사 소통 채널 구축 및 상호 교류의 장 마련 등에 힘쓰기로 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