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얼어붙은 '지방 축제'] '슈퍼 엘니뇨의 습격'…지자체 겨울축제 줄줄이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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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경제 '특수 실종' 비상18년 만에 찾아온 ‘슈퍼 엘니뇨’에 따른 이상고온 현상으로 전국 각지에서 열릴 예정이던 겨울축제들이 잇달아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경기침체 속에 반짝 ‘축제 특수’를 기대했던 지역 경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인제 빙어·자라섬 송어축제 등 얼음 얇아 전격 취소
화천 산천어축제도 '고민' 커져…스키장 입장객 25%나 줄어
기상청은 지난달부터 예년보다 최대 5도가량 높은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강이나 호수 얼음이 충분히 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평균 기온은 영상 2.3도로, 전년도 같은 기간(영하 3.1도)보다 5도가량 높다. 얼음이 두껍게 형성되려면 영하 10도 안팎의 한파가 며칠 동안 이어져야 하지만, 추위가 찾아왔다가 하루 이틀 만에 풀리는 날씨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슈퍼 엘니뇨’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엘니뇨는 페루와 칠레 등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역의 월평균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뜻한다.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면 대개 한반도는 평년보다 따뜻한 겨울 날씨를 보이고 비나 눈이 많이 내린다. 추위를 몰고 오는 북서쪽의 찬 대륙 고기압보다 따뜻한 남쪽 고기압이 상대적으로 더 발달하는 경향을 나타내서다. 기상청은 현재 진행 중인 강한 엘니뇨가 봄철까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지금까지 인제 빙어축제를 비롯해 홍천강 꽁꽁축제, 가평 자라섬 씽씽겨울축제, 무주 남대천얼음축제 등이 잇달아 취소됐다. 강원 인제군은 오는 16일부터 24일까지 열 예정이던 인제 빙어축제를 취소하기로 지난달 30일 결정했다. 얼음판을 깨고 빙어를 잡는 이 축제는 국내 겨울 축제의 원조 격으로 1998년부터 시작됐다.
인제군에 따르면 축제가 열리는 빙어호 주변의 얼음 두께는 5㎝로, 축제 개최에 필요한 얼음 두께인 20~25㎝에 크게 못 미친다.
경기 가평군 자라섬 인근에서 열릴 예정이던 자라섬 씽씽겨울축제도 취소됐다. 홍천강 꽁꽁축제와 무주 남대천얼음축제도 따뜻한 날씨로 얼음이 얼지 않아 전격 취소됐다. 이 밖에도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소규모 축제까지 포함하면 취소된 축제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축제가 잇달아 취소되자 주최 측인 지자체와 지역 상인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매년 수십만명의 관람객이 몰리는 ‘축제 특수’를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국내 최대 겨울축제로 꼽히는 화천 산천어축제를 개최하는 화천군도 따뜻한 날씨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산천어축제는 오는 9일부터 이달 말까지 열린다. 축제가 열리는 화천천의 얼음 두께는 15㎝로, 필요한 두께인 20㎝에 미치지 못한다.
예년보다 따뜻한 겨울 날씨 때문에 스키장들이 늦게 개장하면서 입장객도 최대 25% 줄었다. 스키장 업계에서는 강원 지역은 지난해보다 15%가량, 경기 지역은 20%가량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원 홍천의 대명 비발디파크 스키장은 따뜻한 겨울로 인해 일부 슬로프만 개장했다.
강경민 기자/최병일 여행·레저 전문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