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돈 좀 벌어봅시다] "하락장은 우량주 바겐세일…오늘도 마음편히 주식 샀습니다"

멘토 릴레이 인터뷰 (2)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

원칙 지키면 돈 번다
펀드운용기간 100이라면 수익은 단 5% 구간서 나
분위기에 휩쓸려선 안돼

복리의 마술을 믿어라
가치투자 신영마라톤펀드, 10년 누적수익률 450%
배당수익 3% 안팎 기업…장기보유도 고수익 '열쇠'
“희망 가득한 연초부터 주가가 급락해 속 쓰린 투자자가 많으실 겁니다. 지난 30년간 경험에 비춰볼 때 외부 악재로 갑자기 빠진 시장은 곧 회복하더라고요. 가뜩이나 싼 주식이 더 싸졌으니 이제 마음 편히 매수할 수 있게 됐습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사진)은 “중국 주식시장이 폭락한 지난 4일 홀가분한 마음으로 주식을 사들였다”며 이같이 말했다.위기 때 큰 돈 버는 투자자들

허 부사장은 국내 운용업계에서 펀드매니저로 가장 오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등 대형 악재를 겪으면서도 가치투자라는 일관된 투자원칙을 고수한 덕분에 그가 운용해온 ‘신영마라톤펀드’는 국내 간판급 펀드로 인정받고 있다.

허 부사장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자신만의 투자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 그는 “장기투자, 저가매수 등은 누구나 아는 투자 정석이지만 이를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위기 때 큰돈을 버는 투자자들일수록 자기중심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주가 하락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식을 사모았다가 상승기에 되파는 역발상 투자가 큰 수익을 안겨다준다는 것. 그는 “개인투자자들은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주식이나 펀드를 사는 경우가 많아서 조그만 악재에도 쉽게 내다 파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투자는 파는 예술이다

허 부사장은 지난해 두드러진 상승률을 보인 오뚜기, 한샘, 한미약품 등을 장기 투자의 성공사례로 들었다. 10년 넘게 자신의 영역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왔다는 게 이들 기업의 공통점이다. 사업 자체는 특별히 변한 게 없지만 산업 재편과 기업들의 실적 추이에 따라 시장 평가가 달라지면서 주가가 뛰어올랐다는 것.다만, 투자자들이 원하는 시기에 수익이 나는 것은 아닌 만큼 앞서 말한 대로 진득이 기다려야 한다는 게 허 부사장의 주문이다. “주가는 수급요인과 투기성의 강도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보면 늘 불규칙적입니다. 펀드의 전체 보유기간을 100이라고 봤을 때 수익은 대개 5% 구간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주식투자를 ‘파는 예술’이라고 하는 겁니다.”

허 부사장은 그 어느 때보다 가치주에 대한 투자가치가 높은 시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 상장 기업들은 매년 60조~80조원씩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데도 주가는 5년 넘게 박스권에 머물러 있다”며 “현재 주가 수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할 정도로 저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배당을 무시하지 마라허 부사장이 강조하는 장기 투자는 ‘복리의 마술’도 부린다. 그는 “올해 ‘신영마라톤펀드’가 탄생 10주년을 맞아 설정 당시부터 지금까지 투자하고 있는 고객을 수소문 끝에 찾았다”며 “해당 펀드 계좌의 누적 수익률은 450%에 달했다”고 말했다. 가입 초기에 펀드 통장을 잃어버린 뒤 10년이 지나 재발급을 받아보니 그런 수익률이 나왔다는 설명이다. “복리 효과를 대입하면 연평균 15%씩 수익을 내는 펀드나 주식에 10년간 재투자할 경우 자산은 네 배로 불어납니다.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배당수익률이 3% 안팎인 배당 우량기업만 골라 장기 보유해도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신영밸류고배당펀드의 장기 투자 수익률을 자체 분석한 결과 배당수익의 복리투자 효과가 펀드 성과의 70%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배당수익이 시중은행 금리를 앞지르기 시작한 만큼 배당투자의 효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허 부사장은 효율적인 적립식 투자(분할 매수) 노하우도 소개했다. 대부분의 투자자가 매달 특정일을 지정해 놓은 적립식 펀드는 펀드 전체 수익률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주가가 하락할 때 납입금액을 두 배로 늘리면 수익률을 훨씬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분할매도’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주문이다. “상승 추세인 주식을 잘 팔려면 분할매도가 중요합니다. 주가가 목표 가격을 추월하면 한꺼번에 팔기보다는 20%씩 올라갈 때마다 20%씩 줄여가야 합니다.” 허 부사장은 이것이 일급 펀드매니저들이 이용하는 기법이라고 귀띔했다.

허남권 약력

△1963년 강원 영월 출생
△1982년 강원고 졸업
△1988년 고려대 행정학과 졸업, 신영증권 입사
△1996년 신영자산운용 주식운용팀 과장
△2005년 신영자산운용 주식운용 1본부 이사
△2007년 신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상무
△2010년 신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전무
△2014년~현재 신영자산운용 자산운용부문 부사장

재테크 명언 제이슨 츠바이크

“카지노와 주식의 차이점은 ‘시간이 누구의 편이냐’다. 카지노에선 오래 머물수록 돈을 잃지만 주식시장에선 돈을 벌 확률이 높아진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인간이 투자활동을 할 때 실수를 저지르는 이유를 파헤친 《머니 앤드 브레인》의 저자이기도 하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