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KAI 지분 5% 매각…인수전 참여 안할 듯

KAI 민영화 난항 관측 제기
한화그룹이 올해 인수합병(M&A)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를 사실상 포기했다. 두산그룹도 KAI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이어서 KAI 민영화에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한화테크윈은 보유 중인 KAI 지분 10% 가운데 5.01%인 487만3756주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하기로 했다고 5일 공시했다. 한화테크윈은 이번 지분 매각으로 3757억6000만원을 확보하게 됐다.KAI 지분은 산업은행(26.75%) 한화테크윈(10%) 현대자동차(10%) 두산그룹 계열의 디아이피홀딩스(5%) 등이 나눠 갖고 있다. KAI가 1999년 대우중공업 삼성항공산업 현대우주항공 등 3사 항공 관련 부문이 통합돼 설립된 데다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금 출자전환을 받아 지분이 이처럼 나뉘어져 있다. 이 같은 지분 구조 때문에 지난해 말까지는 KAI 대주주 간 지분 공동매각 약정이 돼 있었다.

지난해 산업은행이 KAI 지분 매각 방침을 밝히자 한화테크윈은 대한항공 현대중공업 등과 함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혀 왔다. 5%가량의 지분을 추가 인수하면 KAI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방산업체로서 KAI 인수를 통해 얻을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에는 한화테크윈이 계열사인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전량 매각해 4400억원가량을 확보하면서 KAI 인수에 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증권가에선 한화그룹이 대주주 간 공동매각 약정이 끝나자마자 지분을 파는 것에 대해 KAI 인수전에서 사실상 발을 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아이피홀딩스 역시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수 후보군인 기존 주주들이 이탈할 경우 산업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KAI 민영화가 영향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두산그룹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이다.한편 한화그룹 관계자는 “KAI 인수 여부와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다”며 “이번 거래는 한화테크윈이 글로벌 항공 방산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추진했다”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