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단원 이탈 이어질까

악장 루세브·공연기획자문역 파인 사의 표명
팀파니·트럼펫·트롬본 연주자도 사퇴 가능성
정명훈 예술감독의 사임으로 예상됐던 서울시립교향악단(사진) 연주자와 스태프의 이탈이 가시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악장 스베틀린 루세브는 3년 단위인 기존 계약이 지난해 말 끝남에 따라 최근 사의를 밝혔다. 공연기획 자문역 마이클 파인은 계약 기간을 1년 남겨두고 그만두겠다는 뜻을 시향에 전달했다.

루세브는 정 전 감독이 취임한 2006년 합류했다. 정 전 감독이 2000년부터 15년간 예술감독을 맡았던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과 서울시향 수석을 겸하고 있는 연주자다. 파인은 음반 프로듀서 출신으로 세계적 음반 레이블 도이체그라모폰(DG)에서 정 전 감독과 알게 된 인연으로 서울시향에 왔다. 서울시향의 공연 기획과 해외 연주자 섭외, DG 앨범 제작 등을 맡아 왔다.정 전 감독이 서울시향을 떠나면서 핵심 연주자와 스태프가 나갈 것이라는 우려는 끊임없이 제기됐다. 두 사람 외에도 정 전 감독과의 관계나 명성에 영향을 받아 합류한 이들이 많아서다. 특히 파인은 계약기간을 1년 남겨놓고 나가서 파장이 크다. 루세브 외에도 아드리앙 페뤼송(팀파니), 알렉상드르 바티(트럼펫), 앙투안 가네(트롬본) 등 세 명이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 수석을 겸하고 있어 추가 이탈 전망도 나온다. 이들의 계약기간 만료 시점은 올 상반기에서 내년이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단원들이 정 전 감독의 사임으로 실의에 빠져 있는 것은 맞지만 이탈 우려로 연결짓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단원 102명 가운데 18명이 외국인 연주자이며, 비상근 단원은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 수석을 겸하는 4명이다.

서울시향은 이사회를 중심으로 ‘지휘자발굴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지만 아직 위원 7명은 결정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지휘를 맡기로 한 9일 공연과 아직 지휘자를 정하지 못한 오는 16~17일 공연을 마치고 나서 후임 물색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라며 “16~17일 공연의 대체 지휘자는 늦어도 11일까지는 공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