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디지로그의 세상, 죽은 지식을 버리고 사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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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7
이어령의 지의 최전선
이어령·정형모 지음 / 아르떼 / 400쪽 / 1만9000원

2006년 디지털의 약점을 아날로그 감성으로 보완하는 ‘디지로그(digilog)’ 시대를 선언한 이 교수는 신간 《이어령의 지(知)의 최전선》에서 치열한 지식 정보 세계의 최전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분석한다.

그는 “디지로그의 시대는 문명의 축을 서양에서 정보기술(IT) 강국이 몰려 있는 아시아로 옮겨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한국이 갈 길은 멀다. 이 교수는 “지식의 최전선에서 디지로그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요즘, 한국은 정쟁에만 몰두한다”고 지적했다. 지의 최전선이 아니라 후방에서 싸우며 기회를 흘려보내고 있다는 의미다.그는 전 세계가 급속도로 디지털화되면서 ‘아날로그 결핍증’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남을 찌르고서도 그가 아파할 것을 느낄 줄 모르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부위별로 잘려 비닐 포장 속에 갇힌 고기가 유통되며 다리가 네 개 달린 닭을 그리는 아이도 많아졌다. 생명과 육체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지식의 최전선’에 서 있기 위해 ‘와이어드’의 전자판 사이트 ‘www.wired.com’을 늘 탐독한다고 했다. 논문이나 책이 되기 이전에 지식인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취재한 기사가 올라오는 곳이다. “책으로는 아직 안 나온 것들이야. 살아 있는 정보들이지. 책이나 도서관에 있는 것은 이미 누군가 생각한 것들, 즉 ‘소트(thought)’야. 과거분사지. 하지만 나는 지금 검색을 통해 ‘싱킹(thinking)’하고 있어. 싱킹은 현재분사야. 국경 없이 창궐하는 에볼라와 싸우는 것은 ‘국경 없는 의사회’만이 아니야. ‘국경 없는 지식인단’도 필요한 때가 온 거야. 소트가 아니라 싱킹하는 ‘국경 없는 지식인단’. 그게 인문학자들이 해야 할 면역체라고.”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