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6] 팔에 차는 액션캠·손톱 크기 디스플레이…한국 벤처, CES 누비다
입력
수정
지면A12
스타트업 경연장 'CES 2016'2년 전 회사를 창업한 권영칠 바우드 대표는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6’에 올해 처음 참가했다. 휘어지고 구부러지는 액션캠(초소형 캠코더) ‘픽(PIC)’이란 제품을 들고 나갔다. 팔이나 목에 둘둘 말아 걸 수 있어 어디서든 편리하게 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LG전자 롤리키보드를 디자인한 김기태 씨가 이 회사로 넘어와 ‘픽’ 디자인을 맡았다. 반응은 뜨거웠다. ‘CES 2016’ 디자인 부문 혁신상을 받았다. 양산 제품이 아닌데도 해외 바이어들이 줄줄이 이 회사 부스를 찾았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벤처캐피털은 투자 의사를 보였다. 현지 한 방송사는 “바우드는 액션캠 세계시장 1위 고프로를 이길 수 있는 혁신 기업”이라고 치켜세웠다. 권 대표는 “세계 굴지의 기업들 틈바구니에서 이 정도로 주목받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500개 벤처기업 참가CES에서는 전통적으로 전시장 동쪽인 ‘테크 이스트(Tech East)’에 주요 기업이 몰린다. 관람객도 테크 이스트 쪽이 많다. 올해도 삼성전자 LG전자 퀄컴 등 정보기술(IT) 기업은 물론, 기아자동차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 자동차 회사들이 테크 이스트에서 신제품을 내놨다.
이도링크, 모바일 충전기로 '혁신상'
미디어젠 차량용 음성인식 SW '주목'
그러나 올해는 관람객들의 반응이 달랐다. 변두리 취급을 받던 ‘테크 웨스트(Tech West)’에 관심이 쏠렸다. 로봇·사물인터넷(IoT)·보안·홈네트워크 분야 기업이 많이 있는 곳이다. 테크 웨스트에서도 벤처·중소기업이 몰려 있는 ‘유레카파크’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혁신기술’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잘 가다듬어졌지만 다소 상투적인 대기업들과 달리 투박하지만 톡톡 튀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았다. 벤처투자자와 바이어는 물론 대기업 관계자들도 이곳에서 ‘흙 속의 진주’를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한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매년 이곳을 찾지만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올해만큼 주목받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사상 최대인 500개 안팎의 창업기업이 ‘CES 2016’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한국 벤처도 혁신기술로 주목한국 벤처·중소기업들도 이번 ‘CES 2016’에서 혁신적 기술을 많이 선보였다. 제품 개발 단계부터 미국 등 해외시장을 타깃으로 한 곳이 많았다. 라온텍은 손톱만 한 크기의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를 전시했다. 극히 작은 화면에서 스마트폰 화면보다 10배 이상 좋은 해상도를 구현했다. 안경 모양의 유리에 끼워 쓰면 60인치 이상의 큰 화면을 보는 듯한 효과를 냈다. 크기를 키워서 봐도 실제 TV보다 해상도가 떨어지지 않았다. 김보은 라온텍 대표는 “전력 사용량이 적어 배터리를 충전해 써야 하는 휴대용 기기에 탑재하면 알맞다”며 “가상현실, 증강현실을 구현하는 스마트안경 기업과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기업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도링크는 ‘다기능 모바일 충전기’로 CES 포터블 파워 부문 혁신상을 받았다. 4개의 USB 포트와 일반 전원 콘센트, 무선충전기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을 동시에 충전할 수 있다. 여기에 스피커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기능도 넣었다. 크리스 신 이도링크 미국법인장은 “이르면 이달 말에 출시할 예정인데 베스트바이, 타깃 등 미국 주요 유통사들과 이미 제품 공급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미디어젠은 차량용 음성인식 소프트웨어를 선보였다. ‘라디오 켜’, ‘창문 내려’ 같은 명령어를 말로 하면 실제 작동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현대자동차에 공급 중인 제품이다. 윤성준 미디어젠 부사장은 “해외 자동차업체와 제품 공급을 논의하기 위해 CES에 왔다”며 “TV 셋톱박스 등 IT 기기로도 사용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