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품 투자자문에 상속·절세 전략까지 '조언'…'미니 IB'로 영역 넓히는 예술품 경매회사

영국 소더비, 5000만달러에 예술품 자문사 인수

수수료 수입 줄어들자 사업 다각화로 돌파구
영국계 예술품 경매회사 소더비가 11일(현지시간) 예술품 자문사 ‘아트 에이전시 파트너스(AAP)’를 5000만달러(약 605억원)에 샀다고 발표했다. 향후 이익 규모에 따라 4~5년에 걸쳐 3500만달러(약 423억원)를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 1년간 반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던 소더비 주가는 이날 7.2% 급등했다. AAP가 어떤 회사기에 시장이 반색한 것일까.
◆매입부터 매각까지 ‘토털 서비스’2년 전 설립된 AAP의 직원 수는 15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의 업무는 상당히 독특하다. 고객에게 예술품을 언제 얼마를 주고 어떤 방식으로 사 얼마간 보유하다 어떤 식으로 팔아야 할지 조언하는 것이 이 회사의 주요 업무다. 업계에서는 소더비가 AAP 인수를 계기로 ‘예술품 투자자문’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AAP 공동창업자인 알란 슈바르츠만은 부유층 고객에게 ‘미술관급 컬렉션’을 갖도록 해주는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가 소더비 경쟁사 크리스티의 간부 출신 에이미 카펠라초와 함께 설립한 AAP는 예술품을 평가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귀하에겐 이런 풍(風)의 작품이 어울린다’고 추천하는 것은 물론 ‘이번 경매에 나온 어떤 작품에 얼마까지 입찰하라’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구입대금을 마련하기 위한 금융구조도 설계해주고, 어디에 어떻게 걸어두고 있다가 가치가 얼마에 이르면 팔고 나오라는 출구전략도 짜준다. 부(富)의 이전을 위한 상속·증여 및 절세 전략도 당연히 포함된다.이쯤 되면 소장을 목적으로 하는 예술품 구입 수준을 넘어선다. 부동산 투자와 비슷한 대체투자에 가깝다.

에번 비어드 딜로이트 아트·파이낸스부문 미국 대표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AAP의 비즈니스가 “‘미니 투자은행(IB)’과 같다”며 “소더비의 핵심 사업(예술품 중개)을 보완하고 이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테드 스미스 소더비 최고경영자(CEO)는 “AAP 인수는 소더비 성장을 위해 꼭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대체투자 자문으로 수익성 보완예술품 거래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유럽순수예술재단(TEFAF)은 2014년 글로벌 예술품 시장 규모를 510억유로(약 67조원)로 추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 최고치(480억유로)를 경신했다. 중국계 큰손이 잇달아 진출하고 주식·채권 등 전통적 투자상품에서 재미를 보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헤지펀드 시타델 창업자인 켄 그리핀이나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예술시장이 과열됐다”고 우려할 정도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소더비는 실적 부진에 시달려왔다. 수수료 수입이 줄어서다. 소더비와 크리스티는 경쟁적으로 예술품 보유자에게 접근해 ‘얼마까지 팔아주겠다’고 약속했고, 이 과정에서 수수료는 계속 떨어졌다. 2014년 소더비 매출은 67억달러로 사상 최고였지만, 이익 규모는 전년 대비 9% 줄어든 1억1780만달러에 불과했다. 이익률이 1.75%에 그쳤다.

게다가 패들에이트(Paddle8) 등 온라인 예술품 경매회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은 최근 미국 내 갤러리 150여곳과 협약을 맺고 ‘아마존 아트’ 서비스를 시작했다.소더비의 AAP 인수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에 가깝다. 데니스 바이블링 소더비 재무총괄책임자(CFO)는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인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스타이플 파이낸셜그룹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시크는 블룸버그통신에 “소더비가 AAP와 비슷한 경쟁사를 추가로 사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