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친박 지지 업고 '종로 고수'…대권 길닦기
입력
수정
지면A6
김무성 '험지 출마' 요구 뿌리치고 종로 출마 선언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4·13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17일 선언했다. 야당 지지세가 강한 ‘험지’에 나가 달라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요구를 거부하고 당초 예비후보로 등록한 종로에 남기로 한 것이다. ‘정치 1번지’로 불릴 만큼 상징성이 강한 종로를 발판으로 정계에 복귀해 여권 잠재적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넓히겠다는 승부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친박근혜(친박)계는 오 전 시장의 종로 출마를 지지해 왔다는 점에서 비박계인 김 대표와 각을 세우기 시작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명박·노무현 '대권 발판'된 곳
오세훈 "종로가 험지…승리에 기여"
박진과 본선 뺨치는 '예선 혈투'
안대희 전 대법관 "마포갑 출마"
현 당협위원장 등 강력 반발
오 전 시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미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종로에 출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4월 정치 재개 의사를 밝히면서 당의 총선 승리에 기여하겠다, 쉬운 지역에 가지 않겠다, 상징적인 곳에서 출마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했다”며 “세 가지 원칙에 부합하는 곳이 종로”라고 강조했다.정치권에선 오 전 시장이 차기 대선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한 디딤돌로 종로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종로는 윤보선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는 등 과거부터 거물급 정치인들이 각축을 벌여 ‘정치 1번지’로 불린다. 종로는 전통적인 여당 텃밭이기도 하다. 재·보궐선거를 제외하면 13~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현 여당이 내리 승리했다. 19대 총선에선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선됐지만 홍사덕 새누리당 후보와의 표차는 5091표에 불과했다.
김 대표와 대립하고 있는 친박계도 오 전 시장의 종로 출마를 지지하고 있다. 친박 핵심인 김재원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 전 시장이 종로에서 승리하는 것이 총선 승리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종로에서 16~18대 3선을 지낸 박진 전 의원과 치열한 공천 경쟁을 벌이게 됐다. 이른바 험지 출마를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해 당내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박 전 의원은 이날 오 전 시장에 이어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오 전 시장의 종로 출마는 서울 강북에서 한 석이라도 더 확보해야 하는 당의 전략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명분도, 실리도 없고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 전 시장은 “종로는 야당 대표까지 지낸 5선의 정세균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 결코 만만치 않은 곳”이라고 말했다.안대희 전 대법관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마포갑 출마를 선언했다. 부산 해운대 출마를 준비했던 안 전 대법관은 김 대표의 험지 출마 요구를 받아들여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역 의원인 마포갑으로 방향을 바꿨다. 안 전 대법관의 출마 선언에 새누리당 마포갑 당원협의회 위원장인 강승규 전 의원은 “험지가 아니라 양지를 선택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안 전 대법관은 “험지에 출마하면서 당내 경선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공정하게 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 경선을 수용했다”며 “어떤 방식이든 당이 결정하는 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 전 시장, 안 전 대법관의 출마 선언과 관련해 “자신들의 최종 결정을 존중한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경선을 통해 공천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