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전기차 부품사업 질주…GM 이어 중국 이치차도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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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팩·드라이버유닛 등 전기차 핵심부품 공급 계약LG전자가 중국 4대 자동차 업체 중 하나인 디이치처(第一汽車·이치자동차)그룹에 전기차 핵심 부품을 공급한다. 전기차를 대대적으로 보급 중인 중국에서는 지난해 33만대 이상의 전기차가 팔렸다. LG전자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인도 타타자동차와 납품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중국 시장에서도 잇따라 성과를 내면서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자동차 부품 사업에서 수익을 낼 전망이다.
중국 업체 세 곳 납품권 따내
빠른 실행력·R&D 역량으로 VC사업 올해 흑자전환 기대
중국에서 잇따라 납품 계약21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이치자동차에 배터리팩, 인버터, 드라이버유닛 등을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배터리팩은 동력인 전기를 공급하는 장치이며, 인버터는 배터리에서 나오는 직류전기를 교류로 바꿔 모터를 돌리고 속도와 힘을 제어하는 부품이다. 드라이버유닛은 구동모터를 비롯한 ‘엔진’ 역할을 하는 부품을 통칭하는 용어다. 전기차를 움직이게 하는 핵심 부품을 모두 공급하는 것이다.
이치자동차는 창안, 둥펑, 상하이자동차와 함께 중국 4대 업체로 불린다. 승용차 버스 트럭 등 지난해 약 270만대를 생산했다. LG전자의 부품은 이치자동차가 개발 중인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LG전자가 중국 업체와 부품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은 둥펑, 지리자동차에 이어 세 번째다. 중국 내 전기차(하이브리드차 포함) 판매 대수는 2014년 10만대에도 못 미쳤으나 지난해엔 33만대를 넘어설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앞으로는 성장세가 더 빨라질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2020년까지 전기차시장 규모를 500만대로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를 살 때 3만2000위안(약 586만원), 전기차에 5만4000위안(약 990만원)의 보조금을 주는 등 강력한 지원책을 쓰고 있다. 전기차산업을 키워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자국 업체들의 해외 진출도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바뀔 때를 노려 자국 자동차업체를 빠르게 키우려는 게 중국 정부의 계획”이라고 설명했다.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전기차시장에서 LG전자가 잇따라 납품 계약을 따내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에 이치자동차에 납품하는 부품은 지리자동차에 공급하기로 한 부품과 거의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리자동차에서 검증받은 것을 보고 이치자동차도 구매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올해부터 자동차 부품에서 수익 창출
LG전자가 VC(자동차 부품)사업본부를 만들며 자동차 부품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한 건 2013년부터다. 아직 3년 정도밖에 안 됐지만 GM, 타타자동차, 이치자동차 등 대형 거래처를 확보했다. 고무적인 것은 내비게이션 등 인포테인먼트 부품뿐 아니라 구동모터와 같은 핵심 부품의 납품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자동차업계와 LG 내부에서는 이 같은 성과의 비결로 전자업체 특유의 빠른 실행력과 연구개발 역량을 꼽는다. LG 고위 관계자는 “긴 호흡으로 움직이는 기존 자동차 부품 업체들과 달리 LG전자는 고객사의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한다”며 “고객사가 원하는 수준을 기대보다 빨리 만족시키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본준 (주)LG 부회장도 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6’에서 LG 부품을 대거 탑재한 GM의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를 보며 “보닛을 열어 보여주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얘기다.
올해부터는 자동차 부품 사업이 본격적으로 실적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지난해까진 적자였지만 올해는 1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오는 3분기부터 GM에 부품 공급을 시작하며 성장세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