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씨카드 빨간밥차 회원들의 봉사현장 동행해보니

글로벌 현장 리포트

아직도 곳곳에 태풍 피해…열악한 환경
필리핀 타클로반 아이들에 교육봉사 구슬땀
지난 15일 비씨카드 빨간밥차 해외봉사단원들이 필리핀 타클로반 말라기까초등학교에서 학생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비씨카드 제공
지난 11일 ‘비씨카드 빨간밥차’ 해외봉사단 24명이 4박6일 일정으로 필리핀 레이테주(州) 타클로반을 방문했다. 타클로반은 필리핀 동부의 섬으로 2013년 태풍 하이옌의 피해를 입은 곳이다. 8000여명의 인명피해와 수십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던 이곳은 2년이 지난 지금도 도로와 다리가 끊어진 채 완전히 복구되지 못한 곳이 많다. 공항과 가까운 작은 도심을 벗어나면 나무로만 간신히 버티고 있는 가옥들이 등장한다.

봉사단은 지난 15일 타클로반 타나완 지역의 말라기까초등학교를 방문해 아이들에게 교육봉사와 점심배식 봉사를 했다.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이곳 아이들은 ‘비씨카드 빨간밥차’가 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고 한다. 밥을 받기 위해 줄 서 있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꿈을 물어보니 경찰, 선장, 선생님 등 다양했다. 돈을 벌어 가족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란다.하지만 이 지역의 학부모들은 자식의 교육에 대해 관심이 없다.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질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필리핀의 교육정책 때문이다. 필리핀은 모든 아이들에게 12학년의 의무교육 제도(K12)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의무교육만으로 아이들이 꿈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 선생님이나 경찰관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데, 등록금이 매우 비싸다. 타클로반 지역에서 1%의 부유한 집안 학생들만이 갈 수 있다고 한다. 의무교육 기간에는 직업 교육과정이 없다. 대학에 진학한 뒤에야 직업 교육과 관련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상당수 아이들은 의무교육받기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교육을 포기한 아이들은 인력거를 끌거나, 공사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거나, 재활용품을 모아 팔아 돈을 번다.

필리핀은 과거 300년간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다. 일본의 지배도 받았다. 지금은 유력 정치가문들이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정치인들은 대를 이어 세습하는 경우가 많고 부정부패도 심각하다. 필리핀에 이주해 온 지 7년이 넘었다는 강병기 선교사는 “필리핀은 4개의 가문이 주요 관직과 권력을 쥐고 있는데 정치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며 “필리핀인들은 태어나면서 가난했기 때문에 반발심이나 사회변혁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시민단체가 없다”고 말했다.

타클로반 아이들은 순진무구한 눈빛으로 ‘부자 나라’ 한국이 부럽다고 말한다. 이 아이들도 자신의 가난이 지도자의 부정부패 때문임을 알고 있었다. 너희들도 한국이 부럽다면 공부하고 사회를 바꾸려는 노력을 하라고 말하니 ‘이래서 안 돼, 저래서 안 돼’ 하며 핑계를 댔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지도자들의 힘만으로는 가난을 구제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교육을 통해 빈곤을 퇴치할 수 있다. 과거 필리핀보다 가난했던 한국이 경제적으로 부강해진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타클로반=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