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운전기사·물류창고 근로자…인공지능이 대체할 직업들

인간은 필요 없다

제리 카플란 지음 / 신동숙 옮김 / 한스미디어 / 296쪽 / 1만5000원
미국 월가에서 ‘퀀트(quant:금융시장분석가) 왕’이란 별칭을 얻은 데이브 쇼는 원래 컴퓨터공학자였다. 1980년대 초 컬럼비아대 컴퓨터공학과 조교수를 맡고 있던 그의 관심 분야는 효율적인 데이터 처리 기술이었다. 성능 좋은 컴퓨터로 빠르게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하고 싶었던 모건스탠리가 쇼에게 러브콜을 던졌다. 그의 연구는 오늘날 대표적인 분산 데이터 처리 기술 ‘맵리듀스’의 근간이 됐다.

인공지능 기술이 녹아들지 않은 분야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네트워크의 발전으로 데이터 양이 폭발적으로 늘고, 컴퓨터 성능 향상으로 이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 기계학습(머신러닝) 연구가 꽃을 피우고 있다. 컴퓨터는 그동안 인간이 문제와 풀이법을 지시하면 따르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인간이 풀 수 없는 문제도 해결하며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고 있다.다양한 분야에서 ‘조만간 인간이 필요없어진다’는 예측이 쏟아지는 이유다. 불편한 예측이지만 언제까지나 회피할 수만은 없다. 인공지능학자 제리 카플란 스탠퍼드대 법정보학센터 교수는 인간은 필요 없다에서 이 불편함을 직시했다. 오늘날까지 이뤄진 인공지능의 발달사를 짚고, 인공지능 발달로 인해 생겨날 인간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교수는 《인간은 필요 없다》에서 이 불편함을 직시했다. 오늘날까지 이뤄진 인공지능의 발달사를 짚고, 인공지능 발달로 인해 생겨날

그는 미래 사회의 모습을 ‘자산 대 사람의 투쟁’으로 규정짓는다. 쇼가 개발한 기술은 컴퓨터 성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켜 10분의 1초에 10만번 이상의 거래가 이뤄지는 초단타 매매(HTF)에 복음이 됐지만, 그 수혜자는 이른바 상위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라고 카플란은 지적한다.기술 발전은 다양한 직업을 없앤다. 저자는 무인차로 인해 운전기사가 사라지고, 물류창고 근로자가 로봇으로 대체되는 것은 시작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주디카타라는 신생 벤처기업은 기계학습과 자연어처리기술을 활용, 문서를 구조화된 정보로 바꾼 뒤 관련 사례를 찾는다. 부당 해고를 당한 히스패닉계 동성애자 남성과 관련된 모든 판례를 찾는 식이다. 대표적 지식노동자인 법률 관련 종사자의 직업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벨이 1880년대 에디슨의 축음기를 녹음기로 개량했을 때 음악 애호가들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성조기여 영원하라’를 작곡한 존 필립 수자는 “영혼 없는 기계에 아름다운 음악이 방해받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늘날 디지털 녹음에 거부감을 갖는 음악가는 찾기 힘들다. 시대의 변화는 언제나 거부감과 함께 온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