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사드 배치 논의 '급물살'…국방부 "안보·국방에 도움" 선회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임박에 "요격 체계 갖춰야" 목소리 커져

미국 WSJ "배치여부 다음주 발표"…한·미 공식 논의 착수 가능성
북한 제재 미온적인 중국 압박

사거리 200㎞ 요격고도 150㎞, 사드 대당 10억달러…비용이 관건
탐지 600㎞…"중국 겨냥 아니다"
주한미군에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사드)를 배치하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네 차례에 걸친 핵실험으로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가 상당 부분 진전된 상태에서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임박했다는 정보가 나오면서 이를 제대로 요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는 적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상승과 중간 비행단계를 거쳐 마하 7 이상의 속도로 떨어지는 종말단계에서 파괴하는 방어용 미사일 체계다. 최대사거리는 200㎞이고 요격고도는 150㎞이다. 한국 공군과 주한미군은 각각 PAC-2, PAC-3를 보유 중이지만 최대사거리는 30㎞, 요격고도는 15㎞에 불과하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 내에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정부는 미국 정부로부터 협의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주한미군에 사드가 배치된다면 우리 안보와 국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실무 차원에서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 등 기술적 사항을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모든 방안을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터넷판에서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한·미 양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관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다음주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 대변인은 “다음주에 발표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에 관해) 미국 정부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국방부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긍정적 견해를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그간 국방부는 중국의 반발을 감안해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런 ‘전략적 모호성’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는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서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25일 MBC 방송에 출연해 “사드는 국방과 안보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군사적으로는 충분히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관해 긍정적 뜻을 밝힘에 따라 조만간 한·미는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를 위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국이 사드 배치를 검토하는 것은 북한 제재에 소극적인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협상 수단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사드는 1980년대 후반에 개발이 시작돼 2000년대 초반 제작단계에 들어갔다. 사드의 각 포대는 6기의 발사대, 화력통제 및 통신장비, AN/TPY-2(X밴드)레이더, 48개의 요격미사일로 구성된다. 미국에 2008년 첫 포대가 배치된 뒤 2014년 다섯 번째 포대가 전력화됐다. 아랍에미리트는 2011년 2개의 사드 포대를 19억6000만달러에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더 한 개 가격만 4억달러 수준이다. 주한미군에는 2개 포대가 배치될 것이란 전망이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중국의 우려와는 달리 사드에 장착된 레이더의 정상 운용 범위는 600여㎞에 그친다”고 말했다. 중국은 사드가 자국의 안전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채택을 위한 미·중 간 협력과 함께 한·미 간 공조를 더욱 구체화해 나가기로 했다. 양국은 안보리 결의 채택을 위해 집중 노력을 기울이면서 양자 차원 및 국제사회 차원에서 다양한 제재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최승욱 선임기자/전예진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