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추진 동력 떨어진 박근혜 정부…입법 통과율 57%
입력
수정
지면A10
역대 정부 최저치
'여소야대' 노무현 정부보다 낮아
서비스법·의료법 개정 등 3년 넘게 국회에 '발목'
선진화법으로 국회 권력집중…정부의 대 국회 설득도 부족

31일 국무조정실과 법제처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제출한 법률안 791건 중 451건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통과율은 57.0%로, 나머지 통과되지 않은 법안은 오는 5월 19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대부분 폐기될 예정이다.

정부의 입법 실적이 떨어진 데 대해 정부 관계자는 “과거 군사정부 시절에는 국회가 ‘통법부’라고 불릴 정도로 정부의 거수기 노릇만 했지만 지금은 국회에 권력이 집중되면서 행정부를 견제하는 수준을 넘어 ‘통제’하는 단계까지 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2년 여야 합의 없이는 사실상 법안을 처리할 수 없도록 만든 ‘국회선진화법’이 국회에 도입된 이후 입법 환경이 정부에 더욱 불리해졌다는 지적이다.정부의 입법 노력이 부족한 것도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정부의 대(對)국회 협상력이 과거 정부보다 떨어졌다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이 있었던 16대 국회 때도 정부의 입법안 가결률은 80%를 넘었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를 위해 야당을 설득하는 등 국회와의 직접 소통에 나서지 않는 탓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사무처 한 관계자는 “쟁점 법안은 통과가 쉽지 않지만 이견이 없는 법안은 부처 노력에 따라 통과율이 달라진다”며 “법안 통과율이 현격히 낮은 것은 부처가 열심히 뛰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2014년 가업 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가업상속공제를 확대하는 내용의 ‘상속 및 증여세법’ 개정안은 여야 간 별다른 이견 없이 국회 본회의까지 상정됐지만 막판에 일부 여당 의원들 중에서도 ‘부의 세습’이라는 이유로 이탈표가 생겨 부결 처리됐다. 당시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설득했다면 통과될 수 있었을 것이란 게 국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박근혜 정부 들어 10개 이상의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한 부처 중 국가보훈처의 법안 통과율이 10.3%로 가장 낮았다. 다음은 교육부(19.3%), 문화체육관광부(24.2%), 해양수산부(31.7%) 등 순으로 입법 성과가 저조했다.
구본규 법제처 법제정책총괄담당관은 “19대 국회 임기가 끝나 폐기되는 법안들 중 일자리 창출 등 재추진이 필요한 법안을 선별해 20대 국회 때 다시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