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의 'M&A 본능'…사조그룹, 동아원·한국제분 인수한다

'제분업계 3위' 동아원그룹에 1600억 투입

경기고 동문 주진우-이희상 회장 직접 합의

수산·육가공·레저 이어 제분업까지 진출
사조그룹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동아원·한국제분을 인수한다.

사조그룹 계열사로 구성된 사조컨소시엄은 1000억원 규모의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한국제분 경영권을 확보했다고 1일 공시했다. 한국제분은 동아원그룹의 지주사 격 회사로 핵심 계열사인 동아원 지분 53.43%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제분 경영권을 사들이면 자회사인 동아원까지 인수하게 된다.사조컨소시엄에는 사조씨푸드, 사조해표, 사조대림 등 사조그룹 계열사들이 참여한다. 사조씨푸드는 34.06%, 사조해표와 사조대림은 각각 25.55%의 지분을 확보한다.
사조그룹은 우선 1000억원의 자금으로 한국제분을 인수한 뒤 추가로 동아원의 전환사채(CB) 600억원어치를 사들일 계획이다. 사조컨소시엄은 1600억원을 한국제분에 투입하고 회사 부채까지 모두 인수한다. 부채 전액을 사조그룹이 떠안기 때문에 일반적인 워크아웃 기업 매각에서 나타나는 채권단의 출자전환 등 원금탕감(헤어컷)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 측은 이 같은 조건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거래는 경기고 선후배 사이인 이희상 동아원 회장과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합의에 의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이 회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돈이기도 하다.사조그룹은 한국제분과 동아원 인수를 통해 종합식품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다. 사조그룹은 원양어업을 기반으로 수산물 캔과 식용유, 장류 등의 식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면류 등 밀가루를 직접 활용하는 분야에서는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동아원과 한국제분의 시장 점유율을 합하면 약 23%로, CJ제일제당과 대한제분에 이어 제분업계 3위 수준이다. 사조그룹 관계자는 “밀가루를 직접 사용하는 새로운 분야의 식품 생산을 시작하는 방식의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업계에서는 주 회장의 ‘인수합병(M&A) 본능’이 다시 한 번 발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주 회장은 사조산업의 경영권을 물려받은 1980년대부터 원양어업 이외 분야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왔다. 1980년 사조냉장(현 사조씨푸드)을 설립해 수산물 캔 시장에 뛰어들었고 1992년에는 장류 판매를 시작했다.

2000년대 이후부터는 M&A를 통해 몸집을 키워 왔다. 2004년 당시 신동방 계열의 식용유 전문회사 해표를, 2006년엔 대림수산을 인수했다. 사조해표와 사조대림으로 이름을 바꾼 두 회사는 현재 그룹의 주력 계열사다. 2002년과 2004년에는 골프장 캐슬렉스서울과 캐슬렉스제주를 사들였다.주 회장의 ‘확장 DNA’가 가장 극적으로 발휘된 사례로는 2007년 오양수산 인수전이 꼽힌다. 주 회장은 당시 경쟁사였던 오양수산의 창업주 김성수 회장이 작고하기 직전 김 회장의 지분 35.2%를 매입해 오양수산 경영권을 취득했다.

김 회장의 장남 김명환 부회장은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고 “지분 양도는 무효”라며 반발했지만 법원은 주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에는 축산업 분야의 M&A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10년 햄과 소시지를 생산하는 남부햄을 인수했고, 2011년엔 닭고기 회사 유성을 사들였다. 2013년에는 50년 역사의 축산기업 화인코리아를 인수했다. 이 같은 공격적인 M&A에 힘입어 2007년 말 13개였던 사조그룹 계열사는 지난해 3분기 기준 31개로 늘어났다.

강진규/김태호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