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되살린 김해 동상동 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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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000여명 찾는 '경남의 이태원'
김해 옛 도심 상권 위축
2000년대 초반 폐업 속출
외국인근로자 방문 늘면서
점포 170개 중 130개 성업
![동남아시아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이 3일 오후 김해시 동상동 전통시장에서 과일을 고르고 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602/AA.11223722.1.jpg)
설을 앞두고 3일 둘러본 동상동 전통시장은 이색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과일과 생선, 먹거리 판매대 등은 여느 전통시장과 다를 바 없었지만 물건을 찾는 손님 대부분이 태국과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였다. 시장 근처 종로길(외국인거리)에서도 한국인을 찾기 어려웠다.베트남에서 김해로 온 지 1년 정도 됐다는 팜티펑타오 씨는 “설 연휴 동안 먹을 음식 재료를 사러 나왔다”며 “외국인이 밀집한 이런 곳이 있어 한국생활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시장의 주 고객이 외국인으로 바뀌면서 시장에서 파는 물품도 변했다. 채소가게에는 훌라파, 라우랑, 타마린드 등 생소한 이름의 식재료가 맨 앞쪽을 차지했다. 몇몇 가게는 태국과 필리핀, 베트남에서 온 젊은이들을 고용해 외국인 근로자의 발길을 붙잡았다.
김수주 전통시장 번영회 사무국장은 “주말이면 외국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적게는 3000명에서 많게는 5000명에 이르는 외국인이 쏟아져 나온다”고 말했다. 김해 장유와 진영, 내외동과 북부동 등이 신도시로 개발되면서 2000년 초반까지 쇠락의 길로 접어들던 동상동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건 외국인 근로자들이다. 김 사무국장은 “김해의 원도심 상권 위축으로 동상동 전통시장도 문을 닫는 가게가 많았다”며 “외국인의 발길이 늘어난 지금은 점포 170개 중 130개가 영업 중이고 나머지 40개도 냉동창고 등으로 활용해 성업 중”이라고 덧붙였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1602/AA.11224533.1.jpg)
조은희 동상동주민센터 총무계장은 “동상동 전통시장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외국인 거리가 형성됐다”며 “전통시장도 지금은 외국인 덕에 먹고살 정도”라고 소개했다.외국인들로 활기를 찾기 시작한 동상동은 또 한 차례 변화를 앞두고 있다. 올해부터 부원동·회현동과 함께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된다. 경상남도와 김해시는 이곳에 200억원을 들여 2020년까지 22개 도시재생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김해=김태현/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