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2016 대학 최고위과정 평가] "동문은 사업 고민 해결사"…대기업 회장·회계사·예술인까지 '인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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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끝) 네트워크의 산실중견 유통기업 회장 A씨는 몇년째 골칫거리였던 사업을 최고위과정 동문들의 도움을 받아 해결했다. 산업공단 내에 적지 않은 땅을 보유한 A씨는 이 땅이 생산공장 부지로 적절하지 않게 되자 유통시설을 세우기로 했다. 하지만 곧 난관에 부딪혔다. 관련부처에서 유통시설 건립을 위한 인허가를 받았는데도 공단을 관리하는 기관에서 ‘공장 외 불가’라며 반대한 것이다. 여러 곳에 탄원서를 냈지만 소득이 없었다.A씨는 우연한 기회에 최고위과정 동기들에게 하소연했다. 소식을 접한 관계, 업계, 언론계 등의 동문은 “말도 안 되는 대못”이라며 팔을 걷어붙였고 문제는 말끔히 해결됐다. A씨는 “최고위과정 동문이 아니었다면 지금도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었을 것”이라며 “최고위과정은 사업과 인생에서 전환점을 마련해준 계기”라고 말했다.◆네트워크 구축의 A~Z
비즈니스 '기회의 장'
대학별 5000여명 네트워크…각계 리더들과 활발한 교류
새 안목·경영 노하우 얻어…공학·인문과정 관심 높아져
기업인이 최고위과정에 다니려는 가장 큰 이유는 ‘인맥’이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른바 SKY대에서 제일 오래된 최고위과정인 최고경영자과정(AMP)은 동문 숫자가 대학별로 5000여명을 넘는다. AMP를 마치면 사회 각계에서 리더로 활동하는 동문과 자연스럽게 네트워크가 형성돼 서로의 사업 고민과 경영 노하우를 나눌 수 있다.대학 최고위과정 동문 중엔 대기업 회장도 많다. 손경식 CJ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서울대 AMP를 수료했다. 고려대 AMP에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이, 연세대 AMP에는 전상표 현진그룹 회장이 동문으로 등록돼 있다. 구본걸 LF 회장은 KAIST AMP,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과 김광석 참존 회장은 서강대 AMP 출신이다.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서울대), 이충희 듀오에트로 대표(고려대), 김상철 한글과컴퓨터 회장(연세대), 방성석 이글코리아 사장(서강대) 등 중견기업 CEO도 AMP 동문으로 꾸준히 활동 중이다.기업과의 네트워크가 중요한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 관계자도 AMP를 찾고 있다. 위승훈 삼정KPMG 부대표(서울대)와 이규용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숙명여대), 정도삼 삼일회계법인 부대표(한국외국어대) 등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컨설팅을 하는 회계법인은 새로운 경영이론을 습득하기 위해 자체 경영학 교육과정을 개설하기도 한다”며 “최고위과정에서 만난 각계 인맥을 통해 회계학을 넘어선 경영학적 통찰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공학분야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학계열을 찾는 유명인사도 눈에 띈다. 최양하 한샘 대표(서울대 공과대학 최고산업전략과정), 권선주 기업은행장(서울대 과학기술산업융합최고전략과정)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관계자는 “기수마다 부장판사나 부장검사 등 법조인과 정부기관 관계자들이 최고위과정을 수료하고 있다”며 “비이공계 인사는 과학기술 분야 리더를 만나 새로운 안목과 노하우를 얻어 가려는 목적이 크다”고 했다.
인문·문화 최고위과정도 인기다.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 송병준 게임빌 대표 등은 서울대 최고지도자인문학과정 동문이다. 홍익대 현대미술최고위과정은 SK그룹 지주사인 (주)SK의 조대식 사장을 비롯해 영화사 백두대간의 김홍웅 대표,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대표, 정규봉 월간미술 고문 등이 거쳤다. 신종식 홍익대 미술대학원장은 “화가 못지않을 정도로 미술을 좋아하는 인사들이 찾고 있다”며 “미술이라는 공통분모로 만나는 만큼 동문 간 네트워크가 강력하다”고 강조했다.◆대학의 네트워크 구축 지원
대학들은 네트워크 형성에 도움이 되도록 지원을 늘리고 있다. 김동훈 연세대 경영대학장은 “AMP를 1년 과정으로 운영하고 1년에 두 기수를 뽑는다”며 “사실상 세 기수가 함께 수업을 받도록 해 네트워크를 자연스럽게 확장시키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AMP는 동문을 대상으로 연 2회 동문 전체 포럼을 열어 재교육 및 네트워크 확대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경희대 AMP는 한방병원 한의사가 주치의를 맡아 건강관리를 해주는 ‘한방 주치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홍익대 현대미술최고위과정은 수강생들이 그린 그림으로 기수별 공동전시회를 연다.
박상용/오형주/임기훈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