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본 이주노동자] 외래진료비, 내국인의 3배…지정병원 아니면 입원·수술비 지원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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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사각지대에 '시름'국내 체류 외국인의 건강보험 가입률은 2014년 기준 39.6%에 불과하다. 고용주들이 비용 부담 때문에 가입을 꺼리는 탓이다. 정부의 외국인 의료지원 사업이 있지만,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회복지사들은 “이주노동자들에겐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위상이 커졌지만 여전히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지정병원 아니면 지원받기 불편2014년 5월 필리핀에서 온 한 이주노동자의 딸인 ‘별이’는 손과 발이 접히지 않는 사지기형을 안고 태어났다. 쓸개에 돌이 생기는 담석증까지 앓고 있어 수술이 시급했다. 출생 직후 의정부성모병원에서 4개월간 수술 등 치료를 받았다. 병원비는 총 1억3000만원에 달했다. 비용 부담 때문에 건강보험도 들지 못했다. 앞으로도 10년 이상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부모의 월급(각각 150만원)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들은 보건복지부가 2012년부터 운영 중인 ‘외국인근로자 등 의료지원’ 사업에 희망을 걸었다. 복지부가 건강보험 혜택을 못 받는 이주노동자 및 그 자녀 등을 대상으로 입원진료 및 수술에 한해 의료비를 지원해 주는 제도다.
하지만 별이는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이 사업은 공공의료기관을 포함한 전국 95개 지정병원에서만 적용되는데 의정부성모병원은 해당되지 않았다. 지정병원으로 옮길까 생각했지만, 별이가 입원할 수 있는 신생아 중환자실이 갖춰진 병원을 찾을 수 없었다.이주노동자 상담소인 의정부엑소더스의 이상숙 복지사는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지원대상 병원 범위를 일반 병원으로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상자가 적기 때문에 운영 효율성 측면에서 지정병원을 늘리기는 힘들다”며 “필요한 경우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고 지정병원에서 대신 정산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별이의 부모는 다행히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와 병원의 도움으로 치료비를 낼 수 있었다. 지금 별이는 서울의 한 종합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고 있다.
외래진료 받으면 ‘진료비 폭탄’
건강보험 미가입 이주노동자는 한번 다치면 ‘진료비 폭탄’을 맞게 된다. 외국인들은 외래진료 시 내국인에게 적용하는 일반수가보다 평균 3배 비싼 ‘국제수가(외국인 진료수가)’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복지부의 외국인근로자 등 의료지원 사업은 입원진료 및 수술비용만 지원하고 있다.이애란 이주민건강협회 의료팀장은 “국제수가는 의료관광객을 감안해 마련한 것”이라며 “한국에 일하러 온 사람들에게 관광객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강보험이 없는 이주노동자에게 외래진료비까지 지원하면 역차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면서 “입원 및 수술 비용 정도는 최소한의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