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TPP 발효땐 베트남 시장서 미국·일본에 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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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국, TPP 공식 서명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4일 공식 서명됐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37.4%(27조5000억달러)를 차지하는 초대형 경제권 형성 작업이 본격화한 것이다. TPP 협상을 통해 철강·승용차 시장을 개방한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과 맺은 FTA보다 시장 개방 수준 높아
자동차·가전 등 수출 타격
TPP 12개 회원국은 이날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존 키 뉴질랜드 총리와 마이크 프로먼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명식을 했다. 서명 후 2년 안에 GDP 합계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6개국 이상이 국내 비준 등 법적 절차를 완료하면 서명일로부터 2년60일 뒤 해당 국가 사이에서 우선 발효된다.TPP 발효가 눈앞에 다가오면서 한국이 입게 될 경제적 손실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무역협회는 이날 관련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제외하고 TPP가 발효되면 2030년까지 국내 수출이 1.0% 줄고, GDP는 0.3%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수출 경쟁국인 일본의 GDP는 2.5%, 수출은 23.2% 급증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이 TPP에 가입하지 못할 경우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의 자동차 시장 등에서도 불이익을 볼 수 있다. 한국과 이미 체결한 FTA보다 TPP의 개방 수준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한·베트남 FTA의 자유화율은 89.9%,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FTA 중 말레이시아의 자유화율은 91.1%다.
이에 비해 이들 국가의 TPP 자유화율은 98~99%에 달한다. 특히 두 나라는 TPP 협상을 통해 한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자동차 철강 가전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 승용차(관세율 20~70%), 화물차(24%), 철강제품(15~30%)의 관세가 장기적으로 0%로 떨어지게 된다. TPP에서 제외되면 한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베트남은 TPP 발효 후 5년째가 되는 시점에 자국 내 유통시장도 개방하기로 했다. 베트남은 지역별 아울렛 점포 수를 제한하고 있다. 이 같은 점포 수 제한 규제를 풀기로 한 것이다. 한국이 제때 TPP에 가입하지 못하면 롯데마트 등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은 베트남 유통 시장을 장악할 기회를 잃게 되는 셈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