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미디어 뉴스룸-한경BUSINESS] 대한민국 보석 1번지, 청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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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주얼리' 명품거리로 유명한 곳세계적인 도시에는 유명한 다이아몬드 거리가 있다. 파리 방돔광장, 뉴욕 맨해튼 47번가와 도쿄 우에노 오카치마치가 대표적이다.
압구정 로데오역 주변에만 200여개
마케팅 비용 안써 '가격 거품' 없어
올해 보석 개별소비세 완화 '호재'
서울에는 종로와 강남을 중심으로 보석 시장이 형성돼 있다. 그중에서도 고가 보석인 하이 주얼리는 명품 거리로 불리는 청담동에 밀집해 있다. 신사동에서 청담동으로 이어지는 거리 곳곳에 보석상이 즐비하다. 보석업계에 따르면 압구정역 일대에서 압구정 로데오역 주변으로 200여개의 크고 작은 보석상이 자리잡고 있다.국내 하이 주얼리 업계의 강남시대가 열린 것은 1990년 무렵.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개관이 계기가 됐다. 이곳에 결혼 예물 시장이 형성되면서 백화점 명품관에 입점한 해외 럭셔리 브랜드와 함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해외 럭셔리 브랜드가 백화점 명품관에 요새를 형성한다면, 청담동 일대의 보석상은 골목 사이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와 비교할 때 특별한 광고나 홍보 없이 성장한 점이 특징이다. 온현성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장은 “청담동 보석상들은 보석에 마케팅 비용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있다”며 “자산가치 관점에서 청담동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김종목 한국귀금속보석단체장협의회 회장은 “다이아몬드와 유색 보석은 보관과 이동이 용이하면서 전 세계 어디에서나 통용되기 때문에 진짜 부자들은 일찍이 보석에 투자해왔다”고 말했다.국내 하이 주얼리들이 세계가 주목하는 기술력을 갖고 있는 점도 청담동 보석 시장을 견인했다. 한국의 보석세공 기술은 신라시대 금관을 만들던 ‘금관의 후예’로 불릴 정도로 유명하다. 세계 국가대표 기술인이 한자리에 모이는 국제기능올림픽 대회에서 내로라하는 유럽의 세공 장인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휩쓸고 있다. 역대 총 16번의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해 보석 강국인 스위스 일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의 ‘마이스터’에 해당하는 한국의 ‘명장’들도 있다. 귀금속 가공 분야에서 총 12명의 명장이 배출됐는데, 이들이 청담동 하이 주얼리의 한 축을 차지한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보석상을 운영하거나 아틀리에와 같은 공방을 운영하며 작업에 몰두한다. 홍지연 동양대 보석학과 교수는 “명품의 가치는 ‘장인정신’에서 출발하는데, 한국의 기술력과 디자인력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라며 “보다 양성화된 시장에서 규모를 키워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보석산업 성장을 위한 작은 ‘물꼬’가 트인 점도 주목된다. 보석에 대한 26%의 개별소비세 과세 기준가격이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되고, 공정 단계마다 부과되는 데서 반출 시 한 번 과세로 변경된 것이다. 김 회장은 “홍콩, 유럽, 미국 등이 세제 혜택을 통해 보석 강국으로 커가는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보석에 개별소비세를 매긴 곳은 한국이 유일했다”며 “국내 보석 시장이 10조원을 육박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산업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