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부치고 건강 체크까지…독거노인 위로하는 관악경찰서

설 연휴 소외된 이웃에 온정

범죄 예방요령도 알려줘
강석진 관악경찰서 신림지구대장(맨 왼쪽)과 신림 어머니순찰대원들이 5일 서울 신원동 홀몸노인 가구를 방문해 설 덕담을 하고 있다. 황정환 기자
‘똑똑.’ 5일 점심시간에 맞춰 서울 관악경찰서 신림지구대 경찰관들이 신원동의 한 주택 반지하 방문을 두드렸다. 손에는 따끈따끈한 전과 찹쌀밥이 들려 있었다. 문을 연 백병기 할머니(84)가 반갑게 맞았다. “음식도 고맙지만 이렇게 찾아줘서 더 고맙다”며 환하게 웃었다. 40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혼자 사는 백 할머니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경찰관들은 “저희가 준비한 음식 맛있게 드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화답했다.

신림지구대는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이날 ‘어머니순찰대’와 함께 홀로 살고 있는 노인을 방문하는 ‘나눔봉사활동’을 펼쳤다. 2014년 6월 관악경찰서에 어머니순찰대가 출범한 뒤 시작한 나눔봉사는 올해로 8회째를 맞았다. 이들은 매년 명절과 연말, 어버이날에 홀몸노인을 찾아 손수 만든 음식을 전달하고 말벗이 되고 있다. 홀몸노인이 당하기 쉬운 보이스피싱 등 노인 대상 범죄 예방요령을 알려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이날 방문한 홀몸노인은 10명이다. 모두 혈연이나 연고가 없지만 기초생활수급대상자는 아니다. 봉사에 참가한 강석진 신림지구대장은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홀몸노인은 동사무소나 봉사단체의 위문 방문이 많지 않은 복지 사각지대에 있어 더욱 관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서울시 내 홀몸노인은 27만3000여명이다.

신림 어머니순찰대 회원 10명은 전날 저녁부터 홀몸노인에게 전할 음식을 준비했다. 전과 찹쌀밥 등 명절이면 가족이 나눠 먹는 음식이다. 한숙희 신림 어머니순찰대 회장(49)은 “고향에 있는 부모님께 드리는 마음으로 음식을 마련했다”며 “홀몸노인들이 조금이라도 따뜻한 명절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인들은 가족 생각에 더 외로운 명절을 앞두고 찾아온 경찰관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정영수 할머니(71)는 “얼마 전 교통사고를 당해 밖에 나가기도 힘든데 경찰관들이 찾아와주니 힘이 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지난달 새로 부임한 최종문 관악경찰서장은 20㎏짜리 쌀 네 포대를 봉사활동에 보탰다. 취임 축하 난(蘭)을 쌀로 바꿔 마련한 것이다. 최 서장은 “가족이 모이는 설 명절이지만 찾아주는 가족 없이 홀로 외롭게 사는 어르신이 여전히 많다”며 “명절 같은 특별한 날뿐 아니라 수시로 노인들을 찾아가 말벗이 되는 따뜻한 관악경찰이 되겠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