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크 Knock 핀테크(하)] '빅데이터' 품은 크라우드펀딩…핀테크 루키서 '주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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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정보·행동 패턴 등 빅데이터 분석…대출자 상환의지 평가[ 최유리 / 박희진 기자 ] #. 2000년대를 호령했던 '싸이월드'가 부활의 날개짓을 펴고 있다. 투자형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을 통해서다. 온라인 플랫폼 '와디즈'에서 투자금을 모으고 후에 이익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지난 25일 이후 싸이월드의 부름에 응답한 투자자는 150여명. "추억이 쌓인 싸이월드를 지키고 싶다"는 투자자들은 십시일반 3600만원 가량을 모았다.
핀테크 기술 집약한 크라우드펀딩…다양한 금융서비스로 진화
#. 최근 싱어송라이터 강인원 씨는 3억원을 대출받기 위해 플랫폼 '팝펀딩'을 이용했다. 그가 대출 담보로 내놓은 것은 다름 아닌 노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OST로도 사랑받은 '매일 그대와'를 비롯해 151개 음악저작권을 담보로 내걸었다.크라우드펀딩이 핀테크 산업의 '루키'로 떠오르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대중을 뜻하는 크라우드와 자금을 의미하는 펀딩의 합성어다. 개인이나 기업이 온라인으로 다수의 투자자에게 자금을 모으는 것을 말한다. 아직 간편 결제나 비대면 금융 서비스에 비해 이용 경험이 낮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 특히 핀테크 기술들이 집약된 만큼 향후 다양한 금융 서비스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 성장세 탄 P2P 업체…SNS 정보·행동 패턴도 분석
크라우드펀딩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투자자가 시제품을 받거나 기부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후원형, 회사 지분을 받는 투자형, 빌려준 돈에 대한 이자를 받는 대출형이다.성장세가 눈에 띄는 것은 P2P 대출로 불리는 대출형이다. 제 2금융권의 고금리가 부담스러운 대출자와 연 7~10%의 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를 끌어들인 결과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P2P 대출 시장은 2013년 36억원에서 2014년 57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52억원을 뛰어넘었다.
P2P 업계 1위 '8퍼센트'도 마찬가지다. 2012년 12월 이후 지금까지 133억원의 누적 투자금을 모았다. 매달 90% 가량의 성장세를 보였다. 평균 8.69%의 수익률에도 부도율은 아직 0%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0배 가량 성장한 1000억원의 누적 투자액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수익성과 안정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이유는 빅데이터에 있다. 기존 신용평가기관의 정보에 빅데이터를 더해 대출자의 신용도를 평가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정보, 행동 패턴 등을 활용해 대출자의 갚을 의지까지 분석한다는 설명이다.P2P 업체 '렌딧'은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시스템으로 금리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대출자가 페이스북 정보를 공유하면 금리를 소폭 낮춰준다. 웹사이트에서 투자설명서를 읽는 동작 패턴을 파악해 꼼꼼하게 확인할 경우에도 금리 혜택을 준다. '어니스트펀드'도 기존 금융권에서 사용하지 않던 데이터를 신용평가 척도로 끌어왔다. 성균관대 심리학과 연구팀과 SNS 사용 내역, 심리 데이터를 토대로 신용평가모형을 만들면서다.
◆ 은행과 경쟁 아닌 '협업'…종합 핀테크 서비스로 '진화'
크라우드펀딩사들은 기존 금융권과 손잡고 대중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용자 확대를 위해선 인지도와 신뢰도를 갖춘 금융권과 시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융권도 자체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핀테크 기업과 협력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신한은행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어니스트펀드가 대표적이다. 양사는 신한은행의 금융 데이터를 이용해 신용평가모델을 만들고 고객을 공유하기로 했다.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없는 고객을 어니스트펀드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P2P 업체 '피플펀드'도 전북은행과 함께 대출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핀테크 선진국으로 꼽히는 영국에서도 금융권과 비금융권이 협업했다"며 "스타트업의 기술력과 은행의 안정성, 신뢰도가 합쳐지면 시장이 빠르게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출 서비스를 넘어 영역 확대에도 나섰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상점 매출을 예측하거나 맞춤형 투자 상품을 추천하는 식이다. 관련 기술이 고도화되면 인공지능(AI)이 자산을 관리하는 로보어드바이저도 확산될 전망이다.
실제로 자금이 필요한 상점과 개인 투자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펀다'는 매출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구대모 펀다 PR 팀장은 "매출 트렌드를 예측하고 미리 필요한 자금을 컨설턴트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유구 렌딧 이사는 "아직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분석하는 단계"라며 "향후 구체적인 부채 컨설팅이나 자동 투자 프로그램 등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김정훈의 카톡까톡: 전기자동차에 보수적인 한국], [밸런타인데이 D-3, 유통가 막바지 '총력전'], [총성 없는 전쟁터 '간편결제' 시장…'페이 대전' 승자는?], [전문가들 "이번엔 이세돌이 알파고 이기겠지만…"], [르노삼성의 가성비 끝판왕…SM6 "살만하네"], [노정동의 빵집이야기: "반죽 없이 빵을 만든다고요?"]
최유리 /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