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과장 & 李대리] 회 뜨는 엔지니어…블로그에 하루 3000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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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회사 별별 스타“정문석 씨 오늘 저녁에 광어회 좀 떠 줄 수 있어요?”
요리블로거 정문석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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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이 화제가 되기 전부터 정 사원은 유명 ‘맛집 블로거’였다. 그가 운영하는 ‘불량식객의 맛(sukzintro.net)’이라는 요리 블로그는 하루 3000명 이상이 찾는다. 이 블로그가 포털사이트 메인을 장식해 하루에 10만명 가까운 방문객이 찾은 때도 자주 있었다.
2012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정 사원이 블로그 운영을 시작한 건 10년 가까이 됐다. 처음에는 단순히 맛집을 소개하는 글만 올렸다. 그러다가 5년 전부터는 자신이 집에서 직접 해 먹는 ‘집밥’ 요리법을 블로그에 소개하고 있다. 정 사원은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의 글을 보면 미식(美食)은 1단계가 맛의 차이를 즐기는 단계, 2단계가 조리 방법에 관심을 두는 단계, 3단계는 식재료를 이해하는 단계로 발전한다”며 “내 블로그도 이런 단계를 밟아가며 업그레이드된 거 같다”고 말했다.최근 네티즌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블로그 내 ‘회 뜨기’ 시리즈는 3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첫 번째 시도였다. 부산 출신인 그는 입사 이후 경북 구미에 살면서 늘 질 좋은 횟감을 그리워했다. “구미가 내륙지방이다 보니 부산만큼 맛있는 회를 먹기 쉽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 사원은 ‘좋은 재료를 찾아 직접 회를 한번 떠보자’고 결심했다. 이후 회칼을 주문했고, 전남 목포에서 1㎏짜리 신선한 광어도 주문해 회뜨기에 도전했다. 정 사원은 “처음에는 1㎏짜리 광어에서 살점을 거의 떠내지 못했을 정도로 실패의 연속이었다”며 “부산의 단골 횟집에 전화해 회뜨는 방법을 배웠고,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블로그에 게재했다”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