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언의 데스크 시각] 꼬일대로 꼬인 카드수수료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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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언 금융부장 sookim@hankyung.com음식점들이 1만원 미만의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고 현금 결제를 요구해도 될까.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 ‘1만원 미만의 소액에 대해선 카드 결제를 거절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꿀 수는 없을까.’
카드 결제로 인한 비용 부담이 없는 대다수 일반 소비자들은 ‘불편하다’는 이유로 카드 의무수납제 폐지에 반대한다. 반면 카드사와 가맹점들은 ‘소액에 대해선 카드 결제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카드 결제에 따른 이익보다 비용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카드 의무수납제 유지해야 하나
소비자와 카드사·가맹점 간 의견이 나뉘는 카드 의무수납제 폐지 이슈가 다시 공론화되고 있다. 카드사들은 최근 금융감독원과의 간담회에서 ‘5000원 또는 1만원 이하 소액 카드 결제는 가맹점 선택에 따라 거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2010년부터 10달러 이하의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고 사례를 들기도 했다.
카드사들의 이 요구는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가 당정 협의를 거쳐 197만개 영세·중소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을 0.7%포인트씩 내리도록 한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연간 6700억원의 수입이 줄게 된 카드사들은 당초 연매출 3억원 이상 24만개 주유소와 약국, 편의점 등 일반 가맹점 수수료를 올려 손실을 일부 보전할 계획이었다.하지만 해당 자영업 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면서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또다시 수수료 책정에 개입했고 카드사들은 계획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카드사들은 ‘가맹점에서 소액 결제 때 카드 대신 현금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면 카드사와 가맹점 모두 이익’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카드업계에서 손실이 발생한다는 1만원 이하 카드 결제 비중은 2004년 8.6% 수준에서 2014년 39%로 10년 만에 다섯 배 가까이 늘어난 상황이다.
땜질로는 수수료 갈등 못 푼다
카드 수수료 갈등과 카드 의무수납제 폐지 논란에는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직·간접적으로 개입돼 있다. 카드 수수료 책정과 관련해 정부가 시장 원칙에 어긋나는 정책을 펴면서 생긴 부작용들이 많은데 근본 원인을 치유하지 않은 채 부작용의 겉면만 치료하려 든다면 문제가 더 꼬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가맹점들이 더 낮은 수수료를 제시하는 카드사를 선택해 거래할 수 있는 시장원리만 작동해도 정부가 영세·중소 가맹점을 지원하기 위해 수수료를 일일이 낮출 필요가 없다. 그러나 지금은 영세업체들도 의무적으로 가맹점으로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수수료율과 관계없이 모든 카드사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
한 카드사의 최고경영자는 “외국인 투자자들 가운데선 카드 수수료 책정에 개입하는 정부를 보면서 한국 금융의 후진성을 실감한다고 얘기하는 이들이 꽤 된다”고 전했다.
김수언 금융부장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