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센터에 기술은행 만들어 대-중소기업 아이디어 공유"

중소기업청 20주년 세미나

"강소기업 육성 생태계 조성…한계기업은 구조조정 시급"
중소기업청 개청 20주년 정책세미나가 1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렸다. 앞줄 왼쪽부터 곽수근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주영섭 중소기업청장, 이영선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중소기업연구원 제공
대기업이 시장 규모가 작다는 이유 등으로 사업화하지 않은 기술 및 아이디어를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공유은행’을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석근 서강대 석좌교수는 16일 열린 중소기업청 개청 20주년 세미나에서 “대기업 한 곳이 새로운 사업을 위해 만들었다 사장시키는 아이디어가 매년 400여개에 이른다”며 “기술공유은행을 설립해 중소기업이 대기업이 버린 아이디어를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네덜란드 향료제조사 이소바이오닉스의 예를 들었다. 이소바이오닉스는 네덜란드 생명과학 대기업인 DSM이 개발한 저비용 천연성분 추출 기술을 이용해 천연향료 상업화에 성공했다. DSM은 기업 규모로 볼 때 향료 사업은 맞지 않다고 판단해 이 아이디어를 이소바이오닉스에 넘겼다. 이 교수는 “기업 간 자발적인 교류로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창조경제혁신센터 내에 기술공유은행을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중소기업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범식 베인앤컴퍼니 대표는 “경제 여건이 급변할수록 중소기업은 한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며 “운동화와 스포츠 의류에 집중해 세계 1위가 된 나이키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리더는 핵심 사업을 명확히 정하고 단순하지만 반복 적용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잦은 사업 전략 변경은 의사결정 구조를 복잡하게 하고, 기업과 소비자의 거리만 멀어지게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토론에 나선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정부는 한 가지 강점을 가진 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지금의 얕고 넓은 지원 체계를 손봐야 한다”며 “우량 기업이 나와 도산기업을 인수합병하고 실직자도 흡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쟁력 있는 기업을 집중 지원하기 위한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해외에 내놔도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나올 수 있다”며 “중소기업청도 경쟁력 있는 소수 기업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중소기업연구원과 국민경제자문회의 중소기업청 공동 주최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는 주영섭 중소기업청장 등 중소기업 대표 및 정부 학계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지수 기자 oneth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