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환 "돈 많이 풀려도 제대로 안돌면 내 주머니 돈 없는 풍요속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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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돈 나쁜 돈 이상한 돈》 펴낸 이철환 전 FIU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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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좋은 돈 나쁜 돈 이상한 돈:돈에 관한 모든 이야기》(나무발전소)라는 책을 펴낸 이철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61·사진)은 16일 책에 담긴 내용을 이 한 마디로 요약했다. 돈의 출발과 순환 과정을 알아야 경제 전반의 운영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저금리 기조나 마이너스 금리 정책도 돈이 활발하게 유통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최근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시행착오가 벌어지고 있지만 곧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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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 상황에 대해 “단기 부동자금이 900조원 수준에 이르렀다”며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중소기업과 실물경제로 흐르지 못하고 부동산시장 및 증시로 가거나 가계부채를 늘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전 원장은 이어 “돈이 많이 풀려도 원활히 돌지 않으면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내 주머니의 돈’도 없어지는 풍요 속 빈곤이 일어날 수 있다”며 “기업소득환류세제 등을 통한 자금 지출 유인책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투자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더 근원적 정책”이라고 덧붙였다.아울러 부동산 정책이 경기부양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 정책은 주거안정 시책이 돼야 한다”며 “투기심리를 억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반드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