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카메라타', 작곡가·대본가들 '끝장 토론'…4년 만에 야심작 두 편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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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오페라 만들기 도전하는 '세종카메라타'18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5층의 종합연습실. 지휘자 홍주헌이 이끄는 실내악단 ‘체임버 피니’가 막판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들이 연주하는 격정적인 가락은 오는 26일 초연될 국내 창작오페라 ‘열여섯 번의 안녕’(대본 박춘근·작곡 최명훈) 제1막 음악. 아내와 사별한 남편이 묘소를 찾아 과거를 회상하며 넋두리하는 장면이다. 작곡가인 최명훈 군산대 교수와 이건용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이 연습 장면을 지켜봤다.
'달이 물로 걸어오듯' 19일
'열여섯 번의 안녕'은 26일
세종M씨어터서 잇따라 개막
‘열여섯 번의 안녕’은 국내 대표 오페라 창작 모임인 ‘세종카메라타’가 내놓은 두 번째 작품이다. 2014년 11월 무대에 올린 ‘달이 물로 걸어오듯’(대본 고연옥·작곡 최우정)이 첫 작품. 세종카메라타는 2012년 9월 이 단장이 척박한 국내 오페라 창작 풍토를 개선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연구개발하기 위해 꾸린 워크숍이다. 작곡가 신동일 안효영 임준희 최명훈 최우정과 대본가 고연옥 고재귀 김은성 박춘근 윤미현 등 국내 주요 극작가와 작곡가들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이 단장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던 2006년 미국 뉴욕대를 방문했다가 대학원 강좌인 ‘뮤지컬 라이팅’ 수업을 듣고 착안했다. 10명가량의 학생들이 멘토인 작곡가 2명, 대본가 2명의 지도를 받아 뮤지컬 작품을 만드는 강좌였다. 학생들이 짝을 지어 다양한 길이의 작품을 발표하면 멘토들이 피드백을 주는 구조였다.
“‘이거다’ 싶었죠. 오페라나 칸타타는 대사가 음악에 녹아들어야 합니다. 국내에는 좋은 대본가는 많지만 ‘음악을 타는’ 대본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어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 방법이라면 음악극을 이해하는 대본가를 양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시오페라단장으로 취임하자마자 모임을 꾸렸다. 매달 넷째 주 수요일 작곡가와 대본가들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5층 회의실에 모여 샌드위치를 먹으며 오페라 창작을 위한 ‘끝장 토론’을 벌였다. 오페라화(化)할 수 있는 연극 대본의 조건을 논의하는 등 ‘스터디’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본격적인 제작을 위해 4년마다 오페라를 한 편씩 탄생시키는 시스템을 갖췄다.첫해에는 대본가와 작곡가가 한 명씩 팀을 꾸려 대본 작업을 하고, 이듬해 초에는 각 팀이 낭독회를 연다. 낭독회에서 피드백을 받아 ‘리딩공연(초연에 앞서 대본을 음악에 맞춰보는 공연)’을 준비한다. 작곡가가 리딩공연 곡을 쓴 뒤 세 번째 해의 초에 리딩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이 단장이 최종 제작할 작품을 선정하는 구조다. 연출가와 지휘자를 선정해 1년간 마무리 단계를 밟은 작품이 네 번째 해 초에 무대에 오른다.
그렇게 탄생한 첫 작품이 ‘달이 물로 걸어오듯’이다. 2014년 초연에서 호평받은 이 작품은 대사가 과도한 일부 장면을 수정해 ‘열여섯 번의 안녕’에 앞서 19~21일 세종 M씨어터에 오른다. 26~27일 상연되는 ‘열여섯 번의 안녕’은 모노드라마를 2인이 등장하는 오페라로 재탄생시킨 작품으로 실험적 성격이 짙다.
두 편의 창작오페라가 공연되는 가운데서도 다른 팀들은 세 번째 리딩공연을 준비하며 대본을 다듬고 있다. 이 단장의 달력에는 7회 공연이 이뤄질 2021년까지의 일정이 빼곡했다. “이제 막 시작했다고 느껴요. 끈기 있는 시도로 음악과 대사가 조화를 이루는 좋은 오페라를 선보이겠습니다. 창작 오페라만으로 페스티벌을 열 수 있는 그날이 올 때까지요.”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