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적자·매각…스러져가는 1세대 IT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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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기자의 Global insight많은 경영학 서적은 ‘창조’를 말한다. 경쟁자가 없는 푸른 바다로 나아가라는 ‘블루오션’ 전략이나, 감히 경쟁자가 따라올 수 없는 경지에 올라 창조적 독점을 하라는 피터 틸(페이팔 창업자)의 ‘제로 투 원’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먼저 치고 나간 기업이라 해서, 더 우수한 기술을 가진 기업이라 해서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망설이는 무리 가운데서 과감하게 바다에 뛰어드는 첫 번째 펭귄(퍼스트 무버)이 아니라 약삭빠르게 그 뒤를 쫓아간 두 번째, 세 번째 펭귄(패스트 팔로어)이 성공하는 일이 허다하다.등장과 퇴장이 빠른 정보기술(IT) 업계에선 더욱 그렇다. 최근 외신에선 야후와 트위터, 그루폰 등의 실적 부진이 주요 이슈다. 야후는 검색분야에서, 트위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야에서, 그루폰은 소셜커머스 분야에서 각각 ‘1세대’에 속하는 기업들이다.
야후는 검색·메일·광고 등 인터넷 사업에서 고전하고 있다. 현재 야후를 검색엔진으로 쓰는 사람 비중은 10.4%에 불과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빙(Bing)에도 밀린다. 인터넷부문을 팔고 알리바바와 야후재팬 등의 지분만 관리하는 회사로 주저앉는 방안이 진지하게 검토되고 있다. 한때 페이스북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트위터는 적자 상태고, 지난해 하반기부턴 사용자 수 정체가 시작됐다.
그나마 실적 부진이 거론된다는 것은 해당 기업들이 살아는 있다는 것, 그리고 미디어에 보도될 만큼의 규모를 아직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 뒤에는 무수히 많은, 스러져간 ‘퍼스트 무버’들의 무덤이 있다.1999년 개인간(P2P) 파일공유서비스를 선보인 냅스터는 저작권 위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2002년 파산했다. 1990년대를 풍미한 인터넷 브라우저 알타비스타는 2013년 7월 서비스를 완전히 종료했다. 트위터보다 먼저 2003년 SNS 사업모델을 선보인 마이스페이스는 2005년 뉴스코퍼레이션에 팔릴 때까지만 해도 성공한 IT 기업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아직 안 망했느냐’는 질문을 받는 처지다(아직 서비스는 하고 있다).
한때 마이크로소프트의 익스플로러와 ‘브라우저 대전’을 벌였던 넷스케이프는 2007년 12월부터 더 이상 브라우저 업데이트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소규모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로 전락했다.
퍼스트무버는 약점이 많다. 불가피하게 시행착오의 비용을 치러야 한다. 냅스터처럼 사업모델 자체가 법적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고, 시장을 개척하고 사업모델을 인지시키는 데 큰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문제다. 제조업과 달리 IT에서는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뒤 생태계가 많이 바뀐 것도 1세대 기업들의 실패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큰 성공 자체가 문제였는지도 모른다. 작은 기업일 때와 달리 중간관리자가 늘어나고 변신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투자를 받으면 외부 입김에 휘둘리게 된다. 챙겨야 할 것이 많아지면서 가장 중요한 ‘사용자 경험’은 뒷전에 밀려나기가 쉬워진다. 후발 주자에 밀려나는 원인을 스스로 제공하는 셈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