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도 버거운데…대한항공·아시아나, 노사갈등에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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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리포트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고전했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원·달러 환율 상승과 노사 갈등이라는 새로운 복병을 만났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40원에 근접하면서 달러화 결제가 대부분인 두 회사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기름값·정비 비용 달러 결제…외화 표시 부채도 증가세
환율 10원 오르면 200억 손실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투표 가결
아시아나, 2013년 사고 났던 샌프란시스코 노선 중단 위기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11년 만에 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올초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간 아시아나항공은 노사 갈등에다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 운항 정지라는 난관을 만났다.◆환율 상승에 실적 악화 우려
대형 항공사들은 유류비와 정비료, 보험료는 물론 항공기 구입 비용 대부분을 미국 달러로 결제하고 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그만큼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항공사는 해외 기업에서 달러로 항공기와 항공유 등을 사와야 해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경영 실적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외화 부채가 많은 대형 항공사들의 이자 비용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1년 전 달러당 1070원대이던 원·달러 환율은 19일 장중 한때 달러당 1239원40전을 기록하면서 5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200억원의 직접적인 손실이 발생한다”며 “환율 부담 때문에 해외여행 수요가 감소하는 것도 악재”라고 말했다.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대출을 받아 신규 항공기를 도입하면서 외화표시 부채가 늘어났다”며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단기적으로 늘어나는 외화환산손실을 피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대한항공의 외화순부채는 92억달러(약 10조8000억원) 수준이었다. 환율이 10원 오르면 외화환산손실이 920억원 늘어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영업이익 6266억원을 올렸지만 외화환산손실 탓에 703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도 같은 이유로 작년 95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815억원의 순손실을 나타냈다.
◆대한항공 11년 만에 파업 가능성노조와의 갈등도 대형 항공사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퇴직금 50% 인상, 연봉 총액 37% 인상’을 요구하면서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이날 2015년 임금협상 결렬에 따른 쟁의 행위안이 찬반 투표에서 조합원 1845명 중 1106명이 찬성해 찬성률 59.9%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언제든 파업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실제 파업이 이뤄지면 2005년 12월 이후 10년여 만이다. 당시 파업으로 항공편 1000여편이 결항했고 2600억원이 넘는 직·간접 손실이 발생했다. 그러나 대한항공 사측은 투표자 명부를 갖추지 않은 투표여서 결과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일부 조종사 노조원의 명부 없이 불법으로 진행된 투표”라며 “이를 제외하면 전체 조합원 과반수에 미달해 부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도 노사문제에 시달리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15년 만의 희망퇴직 시행, 지점 통폐합, 비수익 노선 중단 등의 구조조정에 노조가 반발하고 있어서다. 아시아나항공 일반 노조는 지난달 3일부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조종사 노조까지 임금협상을 무기한 중단한 채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강도 높은 경영정상화 노력만이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며 노조를 설득하고 있다. 회사 측은 구조조정으로 연간 손익 개선 효과가 1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나 샌프란시스코행 중단 위기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시아나항공은 샌프란시스코 노선의 취항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날 아시아나항공이 “운항정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착륙 사고의 책임을 물어 운항정지 45일 처분을 받은 아시아나항공이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지난해 1월 운항정지 처분의 효력을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중지했었다. 판결이 확정되면 아시아나항공은 해당 노선 운항을 중단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샌프란시스코 노선 운항이 45일간 정지되면 162억원의 매출이 줄고, 57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다”며 “운항을 중지하면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판부의 판결문을 확인한 뒤 항소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