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올림픽' MWC 개막] 스마트폰부터 드론까지…중국 'MWC 주인공'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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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샤오미·레노버 합친 스마트폰 점유율 애플보다 높아매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주인공은 단연 한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었다. 삼성전자는 최고 스펙(부품 구성)의 전략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SK텔레콤 등 통신사들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세대 통신망을 시연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 ICT 기업의 선도적인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업체들이 맹추격하고 있어서다. 신흥 강자 화웨이와 샤오미는 올해 전략 제품을 MWC에서 발표한다. 샤오미는 처음으로 스마트폰 신제품을 발표하고 해외시장 진출 의지를 다진다. 국내 전자업체의 한 임원은 “화웨이의 추격 속도는 무서울 정도”라며 “중국 ICT 업체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실감한다”고 말했다.◆‘추격자’에서 ‘선도자’로세계적인 하드웨어 부품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중국 선전. 이곳에 자리 잡은 라푸테크놀로지는 최근 변신을 꾀하고 있다. 생산 품목을 키보드와 마우스에서 드론(무인항공기)으로 바꿨다. 라푸테크놀로지는 기존 제품 마진율이 급속히 떨어지자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신(新)산업으로 눈을 돌렸다. 키보드와 마우스 마진율은 2011년 33%로 하락한 데 이어 작년 26%로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이에 비해 드론 제품 마진율은 40% 이상이다. 라푸테크놀로지뿐만이 아니다. 스마트폰 PC 등을 주로 생산하던 선전이 3차원(3D) 프린터, 드론, 로봇 등 첨단 제품 제조 중심지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통신장비 등 기술력 최고 수준
중국 DJI, 상업용 드론 세계 1위…소프트웨어 기술도 무시 못해
중국의 하드웨어 기술력은 이미 세계 최강 수준이다. 화웨이 샤오미 레노버 3개 업체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애플을 넘어선다. 작년엔 스마트폰 신기술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화웨이는 작년 9월 스마트폰 메이트S 화면에 포스터치 기술을 적용했다. 포스터치는 디스플레이를 누르는 압력의 차이를 구분하는 기술이다. 예컨대 앱(응용프로그램)을 살짝 누르면 앱 정보를 보여주고 세게 누르면 앱을 실행한다. 삼성전자 LG전자는 아직 적용하지 못한 기술이다.
화웨이는 통신장비 사업을 하며 해외 통신사와 구축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스마트폰 시장 확대에 활용하고 있다. 세계 무선 통신장비 시장 2위인 화웨이는 최신 4세대 LTE 통신장비 시장에서는 1위다. 2020년께 상용화할 전망인 5G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매진하고 있다. 2018년까지 5G 기술 연구에 6억달러(약 74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소프트웨어 굴기(起)
신기술로 꼽히는 드론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의 경쟁력이 한국을 오히려 앞선다. 상업용 드론 1위는 중국 DJI다. 세계 100여개국에 드론을 공급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6’에 참가한 27개 드론업체 가운데 중국 업체가 12개에 달했다. 한국 기업은 소형 드론을 생산하는 바이로봇 단 한 개뿐이었다.
DJI와 화웨이는 모두 선전에 자리 잡고 있다. 선전시는 2020년까지 1000개 이상의 첨단기술기업을 육성하고 60만명 이상의 기술인력을 배출한다는 청사진을 지난달 내놨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선전의 하드웨어 생태계에서 구현하는 인큐베이팅 컨설팅업체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실리콘밸리와 선전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액셀러레이터 HAX 창업자인 벤저민 조프는 “선전엔 (중국 경기 둔화 여파로) 가동하지 않는 설비와 놀고 있는 직원이 많다”며 “이를 싼 값에 새로운 프로젝트에 활용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최근 중국 기업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분야에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은 물론 해외 소프트웨어 기업 인수합병(M&A)에도 나서고 있다. 중국 소프트웨어 업체 치후360·쿤룬 등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은 지난 10일 노르웨이 인터넷 브라우저 업체 오페라를 12억달러(약 1조48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박래정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국 신흥기업들이 강력해진 소프트웨어 역량을 기반으로 실리콘밸리식 혁신을 추구하며 더 위협적인 경쟁자로 거듭나고 있다. 미국 소프트웨어에 밀리고 중국 하드웨어에 쫓기는 ‘샌드위치’ 신세인 한국 ICT의 미래를 낙관하기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바르셀로나=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