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의 작가이자 기호학, 미학, 역사학 등 인문학 전반의 ‘르네상스적 천재’ 움베르토 에코가 세상을 떠났다. 신간을 접할 때마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박학다식함과 지성, 유머에 감탄했을 만큼 에코는 모든 시대를 꿰뚫는 혜안을 자랑했다. 하지만 《장미의 이름》이 14세기 수도원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고, 그가 전체 기획을 맡은 《중세》(총 4권 중 2권까지 국내 출간) 또한 엄청난 두께와 가격에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소장해야 할 역작이기에 필자에게 에코의 이름은 중세 이미지와 겹친다.14세기 프랑스 작곡가 기욤 드 마쇼의 ‘노트르담 미사’는 움베르토 에코의 중세 저작물에 가장 어울리는 음악이다. 역사상 최초로 미사통상문 전체를 일관된 곡으로 묶은 작품인데, 반주도 없고 음률도 근대 체계와 다르지만 듣는 이에게 굉장한 신비감과 안정감을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