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숙선 명창 "관객과 숨소리까지 함께…판소리 참맛 느껴보세요"

내달 서울·대전서 소극장 공연 갖는 안숙선 명창

마이크 등 음향기기 사용 않고
생생한 목소리로 감동 전할 것
관객 참여하는 무대도 마련
내달 4, 6일 서울 마리아칼라스홀과 대전 클라라하우스에서 판소리 공연을 여는 안숙선 명창.
안숙선 명창(67)은 ‘국악계의 프리마돈나’로 통한다. ‘티켓 파워’도 그만큼 크다. 지난해 9월 그가 프랑스 파리에서 연 판소리 ‘수궁가’ 공연 때는 503석이 매진됐다. 지난해 말 512석의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 제야 판소리 공연도 매진됐다.

이런 안 명창이 올해 첫 단독 공연을 소극장에서 하기로 했다. 다음달 4일 서울 대치동의 마리아칼라스홀(51석), 4월 29일 대전 도룡동의 클라라하우스(50석)에서 열리는 ‘명창 안숙선’ 공연이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세곡동 자택에서 만난 안 명창은 “판소리의 기본으로 돌아가 보는 공연이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관객 수가 적은 소극장에서는 음향효과를 사용하지 않고도 모두에게 소리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관객에게 가까이 다가가 마음을 움직이기에 제격이죠. 본래 판소리는 자연적인 소리를 그대로 들었을 때 가장 감동적이에요. 미묘한 음 이동이나 떨림, 강약 조절로 이야기의 정서를 표현하니까요.”

안 명창은 이번 공연에서 마이크나 확성 장치 없이 ‘생목’으로 판소리 눈대목(주요 대목)을 부른다. 그는 “관객과 서로 숨소리까지 나눌 수 있는 무대에서 소리의 왜곡이 없는 판소리의 참맛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극장 공연은 예전에 동네 마당이나 정원, 사랑방에서 접할 수 있던 판소리 모습과도 닮았다”고 했다. 거창한 무대가 아니라 출산 잔치부터 장례까지 우리네 삶의 중요한 대목마다 자연스럽게 스며든 예술이 판소리라는 설명이다.“요즘은 판소리 공연 관람이 큰 맘 먹고 하는 ‘별일’이 된 것 같아 아쉽습니다. 사람들이 판소리를 어렵게 생각하면 자주 듣지 않고, 결국 멀어져 더욱 어렵게 느끼는 악순환이 계속돼요. 소극장 국악 공연이 많아졌으면 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관객이 좀 더 편안하고 친숙한 환경에서 소리를 쉽게 접할 수 있게 하는 거죠.”

공연 막바지에는 관객들이 참여하는 ‘함께 부르는 우리 소리’ 무대를 마련할 계획이다. 판소리는 누구나 즐기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안 명창이 춘향가 중 ‘쑥대머리’ 시범을 보이면 관객이 이를 받아 부르는 식이다.

“어려울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우리가 평소에 쓰는 말에다 자연스럽게 감정에 맞춘 음을 더하면 됩니다.”안 명창은 “관객이 50여명이라 짧은 시간에 소리를 다듬고 함께 눈대목을 불러볼 수 있다”며 “관객들이 서로 장단을 맞추며 새로운 재미를 발견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판소리는 가장 자연스러운 예술입니다. 기본 구조부터가 자연의 이치와 인간의 감정을 그대로 담고 있으니까요. 판소리의 기경결해(起景結解) 구조는 삶의 순리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싹이 트고, 녹음이 졌다가 열매를 맺고 휴식을 하는 자연의 사계절과도 닮았죠. 사람들이 국악을 찾는 것은 이런 매력 때문 아닐까요.”

올해는 안 명창이 1986년 전북 남원 춘향제에서 장원을 차지해 ‘명창’ 칭호를 얻은 지 30년이 되는 해다. 그의 소리는 기경결해 중 어느 단계에 있을까.“저는 지금도 득음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매일 연습을 하지만, 어떨 땐 연습한 뒤 ‘소리가 나를 잡는구나’ 싶도록 진이 쭉 빠져요. 수천, 수만 번을 반복해도 그렇습니다. 나이에 걸맞은 소리를 내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더더욱 스스로 만족이 안 돼요. 지금도 삶의 이면과 희로애락을 다 보여주는 소리를 찾고 있어요. 평생 좇아가야 하는 것이 소리인 것 같습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