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리더는 회사가 잘 돌아갈 때 창문을 가리키고 문제 생겼을 땐 거울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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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의식 있는 경영자는 성공의 공 직원들에게 돌리고
실패한 원인은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


박기찬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지난 1월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담화에 나섰다. 신년담화는 국가를 지난해 어떻게 운영했으며 올 한 해 운영 방향을 밝히는 중요한 자리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협조를 구하는 소통의 자리다.

임기 5년 가운데 3년을 보낸 박 대통령은 한국이 위기에 처한 비상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안보 위기와 경제 위기가 겹쳐 국가가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안보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으며 국회가 경제활성화 법안을 처리하지 않아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해결책도 나왔다. 안보는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야 해결되며, 경제는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키면 된다고 했다. 국민이 나서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2월에는 경제부총리가 등장했다. 경제부처 장관들과 함께한 긴급 담화에서 부총리는 경제 살리기를 강조했다. ‘경제회복의 불씨가 살아나기 시작했다’는 자평으로 시작한 그는 불씨가 쉽게 꺼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열심히 일하는데 야당, 지방자치단체장, 노동단체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토로였다. 그 역시 국민이 나서야 한다고 읍소했다.

국가 최고 책임자와 경제부처 수장 모두 국민이 나서야 한다고 외쳤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은 구성원 각자가 주인으로 행동할 때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성과를 낸다. 국민에 주인으로 참여하라는 정부의 당부는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사실상 주인 역할을 하는 그들에게선 주인의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주인의식은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시작된다. 자식이 잘못하면 부모는 그 결과에 책임을 지고 머리를 숙인다. 기업도 그렇다. 직원이 큰 잘못을 저지르면 최고경영자가 나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용서를 빈다. 조직 구성원 모두가 주인 책임을 갖고 있지만 최고에 위치한 사람이 모든 책임의 정점에 있다는 것이 상식이다. 최고 위치는 권력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다. 그만큼의 책임도 병행한다.앞선 두 차례의 담화에서 정부는 책임에서 한발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잘된 것은 자신들의 공이지만 잘못된 것은 모두 남 탓이었다. 안보에서도 경제에서도 자신들의 책임은 없었다.

세상은 세 가지 영역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자신이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결정의 영역’이다. 두 번째는 결과를 직접 좌지우지할 수 없지만 누군가의 도움으로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영향 영역’이다. 마지막은 나를 포함한 그 누구도 결과를 바꿀 수 없는 ‘중력 영역’이다.

주인인가 아닌가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원인 분석부터 시작하느냐를 보면 알 수 있다. 주인은 문제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결정 영역부터 점검한다. 조금이라도 자신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면 책임을 진다.하지만 주인이 아닌 자는 중력 영역부터 들여다본다. 어쩔 수 없는 환경을 먼저 찾아 그것을 탓한다. 그다음에는 영향의 영역에 속한 사람들의 잘못으로 귀속시킨다.

새해도 벌써 두 달 가까이 지났다. 올해 경영자에게 가장 우울한 소식은 경제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우울한 전망에도 사업을 포기하는 경영자는 없다. 최선을 다할 것이다. 경영자가 주인의식을 갖고 행동할 때 직원들도 주인을 닮아 주인이 된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작가 짐 콜린스의 훌륭한 리더상을 되돌아볼 때다. 그는 ‘리더는 회사가 잘 돌아가고 있을 때 창문을 가리키고 문제가 생겼을 때는 거울을 가리킨다’고 했다. 성공의 공은 다른 이들에게 돌리고 실패 원인은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다는 얘기다.

박기찬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