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이세돌 vs 알파고 5대0 스코어의 '다른 셈법'

김진호 교수 "한판이라도 이기면 인간의 승리"
이광형 교수 "한판이라도 진다면 인간의 패배"
이세돌 9단과 AI 알파고의 대국에 상반된 관점의 의미를 부여한 김진호 교수(왼쪽)와 이광형 교수.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제공 및 한경 DB
[ 김봉구 기자 ] “알파고(AlphaGo)의 완승을 예상한다. 이세돌 9단이 5판 중 1승이라도 하면 놀랄 것이다. 2승을 거둔다면 기계에 대한 인간의 승리로 평가하겠다.”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이 9단은 과거 이세돌과는 다르게 바둑을 둬야 한다. 첫 판과 두 번째 판, 세 번째 판의 수도 매번 달라져야 할 것이다. 이 9단이 한 판이라도 지면 인간이 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광형 KAIST 교수)다음달 9일부터 열리는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국에 대한 상반된 전문가 예상이 나왔다. 승부 예측과 의미 부여가 판이하게 달라 눈길을 끈다.

김 교수는 바둑의 덤에 대한 통계적 분석으로 주목받았다. ‘바둑에서의 선착의 이점’ ‘덤의 적정한 크기에 대한 연구’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빅데이터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및뇌공학과 설립을 주도한 유명 AI 연구자다.

김 교수는 대다수 바둑기사나 AI 연구자들과 달리 알파고의 승리를 점쳤다. 의외의 예상이다. 하지만 스스로는 중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자평했다.그는 “알파고의 승리가 ‘아직은 아니다’ 또는 ‘지금은 아니다’라는 건데, 그 시기가 더 빠를 것이라 생각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라며 “체스도 IBM 슈퍼컴퓨터 딥블루가 첫 도전에 졌다가 프로그램 속도를 높여 13개월 후 재도전해 승리하지 않았나. 첨단 기계학습 기법의 발전속도를 감안해 알파고의 승리를 예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두뇌를 능가하는 건 시간문제인데 인간을 앞지르는 시점을 자신은 좀 더 빠르게 본다고 귀띔했다.
3월9~15일 열리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은 '세기의 대결'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 한경 DB
반면 이 교수는 암기력과 계산력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넘어섰지만 창의력 영역에선 인간의 손을 들어줬다. 이 9단에게 “매번 다르게 둬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훈수를 둔 이유다.그는 “AI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 9단이 한 판이라도 진다면 인간의 한계가 왔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결국 기계가 이기게 돼있다. 이번에 이 9단이 이긴다 해도 연말쯤 되면 한 판도 못 이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로 바둑기사 9단인 정수현 명지대 교수는 “이 9단이 진다면 인간이 기계보다 우월하다고 여기는 몇 안 되는 영역에서 지는 것이라 사람들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 판이라도 이기면 인간의 승리”라는 쪽과 “한 판이라도 지면 인간의 패배”라는 쪽. 과연 어느 쪽이 맞을까. 이세돌 9단은 다시 한 번 승리를 장담했다.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세기의 대결 첫 판이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EQ900·K7·모하비, 신차효과 타고 비수기에도 '신바람'], [필리버스터 언제까지…전문가들 "야당에 양날의 검"], [이마트발 가격 전쟁 '점입가경'…소셜커머스도 맞대응], ['특목·자사고→일반고 전환' 제안…실현가능성은?], [삼성전자 전시장에 숨은 '갤럭시 생존 전략']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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