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나무다리서 만난 '닮은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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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31
●80년생 원숭이띠 동갑 ●집게 그립 사용 ●위기 탈출 후 선두로
PGA혼다클래식 3R
스콧-가르시아 '공동 선두'
1 대 1 매치플레이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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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공통점은 오랜 우승 가뭄이다. 한때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던 스콧은 2014년 5월 크라운플라자인비테이셔널 챔프가 된 뒤 우승 소식이 없다. 가르시아 역시 2012년 8월 윈덤챔피언십 이후 우승컵 수집을 멈췄다. 둘은 한 조에 묶여 경기할 때 좋은 샷이 나오면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우정도 돈독하다. ‘동병상련’으로 묶인 두 친구가 하필 챔피언으로 가는 길목에서 진검승부를 벌이게 됐다.

스콧은 우승하면 21개월간의 우승 가뭄을 해소하는 단비를 맞게 된다. 가르시아 역시 우승하면 42개월 만의 챔피언 등극이다.둘 다 이번 대회에서 가슴을 쓸어내리는 ‘아찔한 위기’를 극복한 것도 공교롭게 비슷하다. 스콧은 3라운드 6번부터 9번홀까지 4개홀 연속 버디를 낚으며 승기를 먼저 잡는 듯했다. 하지만 ‘마(魔)의 15번홀(파3)’이 발목을 잡았다. 티샷이 물에 빠진 데 이어 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마저 물에 빠진 것. 퍼팅까지 빗나가며 이 홀에서만 4타를 잃었다. 그는 2011년 이 홀에서 5타를 잃은 아픈 기억을 다시 한 번 떠올려야 했다.
가르시아 역시 1라운드 6번홀에서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악몽’을 경험했다. 티샷한 볼이 감기면서 해저드로 들어가자 신발과 양말을 벗고 호수에 들어가 두 번째 샷을 했다. 그는 샷을 하기 전 주변을 여러 차례 돌아봐야 했다. 세컨드 샷 지점이 악어가 수시로 출현하는 위험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볼을 빼내는 것보다 악어가 더 걱정이었다”고 했다. 강성훈(29)은 1오버파로 공동 22위에 자리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