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가는데 40분…'교통지옥' 된 수서·세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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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고개로 교통체증 심각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세곡동사거리와 수서역사거리를 연결하는 왕복 6차선 밤고개로. 판교와 분당에서 강남으로 향하는 차량이 수백m가량 꼬리에 꼬리를 문 채 거북이걸음을 하는 등 극심한 혼잡(사진)을 빚었다. 교차로 신호등을 통과하는 데만 최소 세 번의 신호를 기다려야 했다. 세곡동부터 수서역까지 3.3㎞의 밤고개로를 지나는 데 40여분이 걸렸다. 이날 세곡동부터 삼성동 코엑스까지 9㎞ 거리를 가는 데 걸린 시간만 1시간 이상이었다.
강남·세곡보금자리 조성으로 인구 10배나 늘었지만
교통 대책은 없어 혼잡 극심
교통난 방치하는 국토부·서울시
사업주체 달라 도로확장 지연
8월 KTX 수서역 개통 앞두고 도로 부족해 역기능 상실 우려
판교·분당·수지와 강남을 연결하는 주요 관문인 밤고개로를 비롯한 세곡동 일대가 심각한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일대는 강남·세곡보금자리지구 입주가 거의 마무리된 데 이어 위례신도시, KTX 수서역세권, 동남권 유통단지 등의 대규모 개발을 앞두고 있다. 그럼에도 사업 시행 주체인 정부와 서울시가 개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도로, 철도 등 교통인프라 확충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게 주요 원인이다.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강남·세곡보금자리지구 입주세대는 1만6700여가구, 4만5700여명에 이른다. 개발이 시작되기 전인 2011년(4753명)에 비해 입주민이 10배가량 늘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에 앞서 사업 주체가 도로를 신규 건설하거나 확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강남보금자리지구의 사업 주체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정부 공기업)와 세곡보금자리지구 사업 주체인 SH공사(서울시 산하)는 광역교통개선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보금자리지구 조성 이전에도 분당과 강남을 오가는 차량으로 붐비던 밤고개로의 교통 체증이 더욱 극심해진 이유다.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면적 100만㎡ 이상 또는 수용인구 2만명 이상일 경우에만 광역교통개선대책을 수립하도록 명시돼 있다. 강남보금자리지구 면적은 94만㎡, 세곡보금자리지구는 77만㎡다.
서울시도 이 지역의 교통 체증을 완화하기 위해 밤고개로를 기존 6차선에서 8차선으로 확장하는 사업을 지난해 말부터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도로 확장은 수서역 일대 500m 구간에 국한돼 있다. 다른 구간에 대한 확장 사업은 실시설계 및 용지보상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2018년 이후에나 가능하다. 이뿐만 아니라 전체 도로 중 일부 구간만 넓히면 오히려 병목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역 주민은 밤고개로 교통량 분산을 위해 헌릉로와 삼성로를 잇는 대모산터널과 제2양재대로(과천시 문원동~강남구 자곡동)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시행 주체인 서울시는 사업 타당성과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보여 사실상 백지화됐다.오는 8월엔 KTX 수서역 개통을 앞두고 있다. 이 지역 일대에 지하철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KTX 수서역의 주요 진출입로는 밤고개로가 사실상 유일하다. KTX 건설에도 연계 도로망 부족으로 수서역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욱이 내년까지 성남 위례신도시에 11만명이 입주할 예정이어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차원의 세곡동 일대 광역교통개선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