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민·관 힘 모아 국내 외식기업 지원…세계로 뻗어나가는 'K푸드'

농식품부 '글로벌 외식기업 협의체' 설립
인력 양성·컨설팅…'해외진출 도우미'로
#1. 불고기브라더스는 중국 매장을 열기 전에 해당 매장 매니저를 한국에 데려와 3개월 동안 교육시킨다. 현지 서비스를 한국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다. 문제는 단기 체류 외국인은 식당에서 일하기 위해 필요한 보건증을 발급받기 힘들다는 것. 불고기브라더스는 ‘민·관합동 글로벌 외식기업 협의체’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같은 문제를 파악한 정부는 외식업종에 종사하는 외국인에게 단기 체류 보건증 발급을 허용했다. 앞으로는 국내 브랜드 창업을 준비 중인 외국인도 한국에 들어와 자유롭게 교육받을 수 있다.

#2. 고기구이 외식브랜드 미스터탄두리는 침체된 국내 소비시장을 넘어서기 위해 해외 진출을 모색했지만 중소 외식업체 특성상 시장을 개척하기 쉽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싱가포르에서 연 ‘국내 외식기업 아세안 로드쇼(IR쇼)’가 기회가 됐다. 한국 식문화에 관심을 보인 현지업체와 협상 끝에 싱가포르 법인 설립 계약에 성공했다. 최연욱 미스터탄두리 대표는 “IR쇼를 통해 해외 바이어들과 직접 만날 기회를 얻었다”며 “싱가포르 1호점 개점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외식업계에 부는 ‘한류열풍’

중국 내 놀부부대찌개 매장.
국내를 넘어 해외로 진출하는 국내 외식 업체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내 외식업체가 해외에 운영하는 매장은 2015년 기준 4656개로 1년 전(3726개)보다 25% 증가했다. 2010년(991개)과 비교하면 4.7배로 늘었고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해외 진출 업체 수는 2014년 120곳에서 2015년 138곳으로 늘었다. 중국 미국 동남아는 물론 중남미(BBQ, 요거베리 등)와 중동(카페베네, 레드망고 등)에도 국내 외식업체가 나가 있다.
초기엔 해외 진출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았지만 운영 노하우가 쌓이고 정부 지원도 확대되면서 현지에서 자리잡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에 100여개 매장이 나가있는 미스터피자(MPK)는 중국 백화점 운영업체와 함께 법인을 설립했다. 미스터피자 매장의 백화점 입점이 수월해지고, 식재료를 원활하게 공급받을 길이 확보되면서 매장 수가 빠르게 늘었다. 파리바게뜨(SPC)는 초기 진출 단계부터 현지인을 채용해 고급 외식인력으로 양성하고 있다. 중국 파리바게뜨에 근무 중인 중국인만 3000명이 넘고, 근속연수 10년이 넘은 사람도10명이나 된다.

죽 전문업체 대호가는 담백한 맛의 한국 레시피에 자극적인 맛을 더해 현지에 맞게 바꿨다. 한국에서는 죽만 팔지만 중국 대호가에선 떡볶이 비빔밥 등 다른 한국음식도 함께 판다. 2007년 중국 옌지에 첫 매장을 연 뒤 베이징 상하이 등 매장이 28개로 늘었다.식재료·식기류 수출효과

해외로 나가는 외식업체가 늘어나면서 식재료 수출도 증가하고 있다. 식재료를 국내에서 직접 조달하는 업체 비중이 2014년 49%에서 2015년 56%로 높아지면서다. 식재료 조달 건수도 2014년 매장당 연평균 11.2회에서 2015년 14.3회로 증가했고, 1회당 조달비용도 1798만원에 서 2644만원으로 늘었다. 외식 한류가 식재료 수출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식재료 직접 수출량은 2014년 247억원에서 2015년 327억원으로 33%늘었다.

한국산 식기류와 인테리어 소품 등도 해외로 나가고 있다. 외식업체 중 한국산 기계와 식기류를 구입하는 비율은 74%, 매장당 평균 2600만원에 달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식재료는 물론 인테리어, 소품, 식기류, 한국 음악까지 한꺼번에 수출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열려있는 민·관 소통의 장

지난해 열린 국내 외식기업 아세안 로드쇼.
2014년 4월 발족한 ‘민·관합동 글로벌 외식기업 협의체’는 이 같은 해외 진출 외식기업을 지원하고 이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설립됐다. 해외로 나가는 기업이 많아질수록 현지 상황과 부딪히거나 어려움을 겪는 일 또한 많아졌기 때문이다. 정승희 불고기브라더스 해외부문 매니저는 “현지 문화가 한국과 달라 힘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협의체와 소통하면서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차관과 민간 공동위원장 아래 산업부, 외교부, 문체부, aT, KOTRA, 외식업계 및 학계로 구성된 이 협의체는 전체회의와 소위원회, 정책포럼을 거쳐 외식기업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한 29개 과제를 발굴해냈다. 정부와 민간, 학계가 자유롭게 소통하는 자리라는 의미가 크다.

협의체는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IR쇼를 열어 해외 바이어들과 연결해주는 것부터 업체별 애로사항을 접수해 컨설팅해주는 일까지 병행하고 있다. 최근 IR쇼에 참가한 해물보쌈 전문업체 해초섬은 태국 투자기업 한 곳이 관심을 보여 태국 진출을 논의 중이다.

청년 해외 일자리 창출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협의체는 해외 진출에 특화된 외식분야 인력을 키우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외식기업의 해외 인력난을 해소하고, 청년 일자리도 창출하기 위해서다. 중소외식업체의 해외 진출 인력 전문양성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지난해 국내 인력 30명, 해외 인력 18명을 교육했다. 이 교육을 받으면 외식기업의 해외 진출 부서로 취업이 연계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해외 진출 외식기업이 가장 어려움을 느낀다고 호소하는 부분이 현지 업무를 맡아서 할 인력이 없다는 점”이라며 “외국어가 가능한 외식 전문 인력을 육성해 외식업체와 연결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협의체 구성을 더 정교하게 하기 위해 소위원회를 분야별로 구성, 상설회의를 열 계획이다. 여인홍 농식품부 차관은 “한식을 국가브랜드 제고와 농식품 수출 확대를 위한 핵심 콘텐츠로 육성할 것”이라며 “민·관합동 글로벌 외식기업 협의체가 그 선두주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