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청춘' 류준열의 아프리카 다이어리 (인터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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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청춘' 류준열에 듣는 아프리카 여행 후일담인생은 마치 불규칙적으로 오르고 내리는 롤러코스터와 같다. 안전바 없는 세상 위에 홀연히 앉아있노라면 삶의 희로애락이 엎치락뒤치락 반복된다. 인생은 생각처럼 늘 행복한 일만 즐비하지 않는다. 데뷔 1년여 만에 '청춘의 얼굴'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기뻐할 틈도 없이 하루아침에 ‘일베’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져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 류준열(30)은 ‘감사하다'. 수습에 급급한 해명보다 온 힘을 다해 진심을 전하기로 한다. 마침내 우리는 류준열에 감화된다. 가랑비에 옷 젖듯 말이다. <편집자 주>실은 전형적인 미남이라고 하긴 어려웠다. 어느 시구절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뻤다. 매끈한 콧등을 타고 내려오면 다소 퉁명스러운 입술이 있다. 길게 찢어진 눈은 동료 배우 박성웅의 말처럼 '시대를 잘 타고난' 얼굴을 방증한다.이날도 류준열은 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 '꽃보다 청춘-아프리카'(이하 꽃청춘) 출연 후 10여 일 동안 이어지는 인터뷰 강행군에 병원을 들러야만 했다. "정말 기쁜 소식이 있다. 폐렴이 아니고 한다"라며 "목소리가 나와서 인터뷰할 수 있게 됐다"고 온 얼굴을 일그리며 웃는다. 가늘게 뜬 두 눈에서 '반짝' 하고 빛나는 청춘을, 고운 심성을 보았다.
"박보검과 잘 맞아, 수혜자는 안재홍이 될 듯"
목 상태를 고려해 필담을 나눌까, 수화를 해볼까 고민도 많았다. 그는 "정말 괜찮다"면서 "(직접 제스처를 하며) 할 줄 아는 거라곤 '사랑해' 밖에 모른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저 질문을 쏟아낼 수 밖에 없었다. 지금 대중이 가장 궁금해할 ‘꽃청춘’들의 이야기. 류준열에 물었다. 아프리카에서는 무슨 일이?
HEI. 푸껫에서 납치당할 때 '응팔’ 신원호 감독과 애잔한 포옹을 하더라. 신원호 감독님과는 애틋한 것이 많다.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도 가장 많이 이야기를 나눴으니까. 감독님 자체가 굉장히 따뜻한 분이다. 때로는 친구 같고, 아빠 같고, 형 같고... 나영석 PD님에게 잡혀가듯 끌려갈 때 뭔가 '흐뭇'하게 보시더라. 그동안 고생했다고. 잘 다녀오라고.
HEI.원래 스킨십이 잦은 편인가? 아프리카에서 한국으로 입국했을 때도 봤다. 나영석 PD와 격한 스킨십을 했다.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작품을 시작하고 끝 낼 때 엄청난 감동을 받더라. 아프리카에서 너무 재미있게 있다가 왔다. 사실 네 명이 여행을 했다기 보다. 항상 '그들'과 함께 있었다. 입국장 문을 열고 나오기 전에 난리가 났었다. 생각을 해 보니 아프리카에서 제작진을 포함한 전원과 함께 찍은 사진이 없더라. 누구 하나 그 사실을 몰랐다. 부랴부랴 문 앞에서 사진 찍고 그랬다. 언제 볼지 모르니까. 나 PD님과 포옹한 것도 그래서 그런 것 같다. HEI. 2주 뒤 제작보고회 때 보지 않았나.
따뜻한 이야기로 마무리 했는데 찬물을 끼얹었다. 하하. 사실 그날도 감기로 상태가 너무 안 좋았다. 나 PD님은 멋있는 말을 정말 많이 하신다. "넌 아무 말 하지마. 앉아만 있어"하고 쿨하게 말이다. 그런 응원을 받게 되면 더 열심히, 더 많이 말하게 되더라.
HEI. 아프리카로 '납치'되듯 떠났는데, 황열병 등 예방접종은 어떻게 했나.맞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우리끼리 의견이 분분했다. 푸껫에서 떠나면서도 '아프리카, 주사 맞고 가야 하는 곳 아니야?'하고. 그런데 아무도 맞은 사람이 없더라. 제작진에게 설명을 듣기로 나미비아는 당시 황열병 접종이 필요가 없다고 했다. 모기 많이 물리고 왔지만 괜찮다. 아직 별다른 뉴스 없지? 새로운 질병이 발병하거나 말이다.
HEI. 아직까진 없다.
하하. 다행이다.HEI. 노래도 꽤 하더라. '티몬과 품바' 잘 들었다.
타 언론사 인터뷰를 갔는데 어떤 분이 '스폰지밥 좋아한다면서요'하시며 선물을 들고 오셨더라. 알고 보니 그 분이 '스폰지밥'과 '티몬과 품바'에 참여하신 분이더라. 우와아! 정말 처음으로, 먼저 기념사진 찍자고 부탁드렸다. 완전 감동이다.
HEI. 감동적인 사연 잘 들었다. 집요하게 물어 미안하지만, 궁금한 것은 노래에 대한 욕심이 없는가다. 워낙 톤도 좋고, 발성도 안정됐기에.
(그는 혼잣말을 했다.) 여기서 너무 진지해지면 안 돼.
어디 가서 노래를 막 뽐내며 부르는 성격은 아니다. 노래는 가수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뮤지컬과 같은 경우는 '좋은 기회가 있으면 하겠다'라고 말하고 싶다. '안 한다'라고 못 박을 수 없다. 전문가들이 하는 분야다 보니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
HEI. 알겠다. 사람 일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말이다. 1회에서 공개됐던 '원 레이디' 사건도 그렇다. 비하인드스토리는 없나.
아주 깔끔하게 나왔다. 제작진이 시청자들이 보기 쉽게 지루한 부분은 생략하고 정확하게 편집해 주셨다. 사실은 정말 오랜 시간 동안 '그 집'에 있었다. '원 레이디'와 이야기도 오래 했고.
HEI. 여정의 시작부터 된통 당할 뻔했다.
일종의 사기라고 볼 수 있다. 공항 렌트 업체와 자동차 가격은 비슷한데 보험료가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났다. 알다시피 우리는 여행 기간 동안 1인당 88만원을 쓸 수 있었다. '원 레이디'에게 차를 빌렸으면 네 명 경비 모두 다 해도 안 됐을거다.
HEI. '꽃청춘'이후로 연관검색어에 '류준열 영어 잘하는 이유'가 뜬다. 선입견일 수 있는데 독학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인토네이션(억양, intonation)이었다.
영어 전문가들이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떻게 생각하실지 정말 부끄럽다. 단지 시청자들이 인토네이션에 대해 자연스럽게 느꼈다면 아마 미국 드라마를 즐겨 봐서인 듯싶다. 보면서 자연스럽게 흉내 내고, 익숙해지더라. 일상적으로 듣게 되니까 그런 억양에 대해 오그라들지 않게 생각을 하고 있고, 영어를 해야 할 때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다.
HEI. 토익이나 토익스피킹과 같은 영어능력 평가시험은 본 적이 없나.
취업 준비를 안 해서 볼 일이 없었다. 연기만 했지. '유학 다녀왔냐'고 물어 '독학'이라고 했는데 그 표현은 부담스럽다. 사실 영어 공부는 조금씩 한 것 같다. 대학 다닐 때도 교양수업으로 영어 회화 같은 것을 들었다. ESL 있지 않냐. English as a second language~. 하하.
HEI. 그때부터 할리우드를 염두에 둔건가.
제발 부탁한다. (수줍)
HEI. 술을 못 한다고 들었는데, 아프리카에서 맥주를 아주 시원하게 마시더라.
아, 정정해야 할 부분이다. 술은 못하는 게 아니라. 자주 안 마시고, 좋아하지 않는 것뿐이다. 일부 기사를 보고 아예 안 마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프리카에서 술 먹는 장면을 보고 오해하실 수 있다. 자주 즐기지는 않지만 술자리, 분위기는 좋아한다. 사실 술을 얼마큼 먹든지 간에 상태가 똑같거든. 항상 재미있게 노는 편이다.
HEI. 술을 잘하는 편인가.
너무 예전 일이라 기억이 잘 안 난다. 어렸을 때도 주사는 없었다. HEI. '응팔'때부터 살을 부대껴서인지 장난도 스스럼없더라. 아프리카 광활한 대지를 향해 '덕선'(혜리)을 부르기도 하고?
재밌으라고 한 얘기다. 오해하지 말라. 경표가 '보라'(류혜영)얘기도 했으니 말이다. 재홍이도 하나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만옥(이민지)이에게.
HEI. 안재홍은 실제 여자친구가 있지 않나.
맞다. 아프리카에서 재홍이의 열애 기사가 났다. 인터넷이 제대로 안돼서 못보고, 발만 동동 굴렀다. 재홍이 이야기는 그만하겠다. 만인이 예상하는 그 반응이었다. 하하. 아마 방송에 나가지 않을까.
HEI. '꽃청춘'은 마치 '노다지' 같다. '응팔'에서 미쳐 발견하지 못한 매력을 뽐낸다.
넷 다 모난 친구들이 아니다. 부드럽고, 따뜻하고, 맑은 친구들이다. 대중이 알고 있는 매력들을 아프리카에서 증폭시켜 보여줄 거다.
HEI. 네 친구의 매력 포인트를 꼽아달라.
재홍이가 '꽃청춘'의 수혜자가 아닐까 하고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재치 있고 순발력이 좋다. 그리고 과하지 않다. 경표는 정말 순수하고 솔직한 아이다. 여행을 통해 시청자들이 그의 진면목을 꿰뚫어볼 수 있을 것 같다. 보검이는 말할 것도 없이 귀엽다. 막내라고 막내 티가 난다. 좋은 기운을 북돋아 주는 그런 아이다. 그리고 꼼꼼하다.
HEI. 박보검이 꼼꼼하다고? 비행기 놓치는 것을 만인이 봤는데...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 아쉽게 그때만 그랬다. 나머지는 완벽하게 꼼꼼하고 깔끔했다. 정말 깨끗하고.
HEI. '깔끔'한 점이 통했나.
아, 그럴 수도 있다. 방도 같이 썼다.HEI. 박보검이 완전체로 만나기 전 쌍문동 5인방처럼 'OO친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죽마고우 처럼 말이다.
아~ '부X친구'~. 하하. 자신 있게 얘기해도 된다. 일베 용어 아니다. 보검이와는 드라마 하면서는 정신이 없어서 깊은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속 이야기도 많이 나누게 됐다.
HEI. 남은 '꽃청춘'의 관전 포인트가 궁금하다.
네 명의 케미(호흡)다. 여행하면서 싸운 적도 없다. 다른 이들과 함께였다면 이렇게 재밌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솔직히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부담감이 있었을 거다. 20, 30년지기 막역한 친구들도 아닌데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돌아오고 나서는 다음 여행을 준비 중이다. 방송 보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다. '넷이 한 번 더?'를 외치면서 그 날을 기다리고 있다.
(류준열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는 늘 그렇듯 다음주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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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변성현 기자,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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