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롯데서 물러나는 신격호…신동빈 '원톱' 체제 굳힌다

[ 오정민 기자 ] 롯데그룹의 창업주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한국 그룹 모태이자 중간 지주사로 평가받는 롯데제과의 등기이사직에서 퇴진한다.

신 총괄회장은 향후 호텔롯데 등 그룹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순차적으로 퇴진, 경영에서 전면적으로 물러날 전망이다. 이를 통해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이끄는 '원톱 체제'에 한층 힘을 싣는 분위기다.롯데제과는 오는 25일 사내·외 이사 선임의 건, 액면 분할 등의 안건을 골자로 한 정기주주총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한국경제 DB)
회를 소집한다고 7일 공시했다.

주총에서 사내이사 선임의 건이 통과되면 기존 사내이사였던 신 총괄회장 대신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이 신규 선임된다.이와 함께 민명기 롯데제과 건과영업본부장이 신규 선임되고, 김용수 롯데제과 대표이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재선임될 예정이다.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신 총괄회장의 재선임은 언급되지 않았다. 신 회장의 연령과 현재 건강상태상 정상적 업무 수행이 불가능한 점 등을 사유로 재선임을 추진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제과 주총에서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되면 신격호 총괄회장 대신 황각규 사장이 신규 선임된다"고 말했다.재계에서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롯데제과 사내이사 퇴진에 비춰 이달로 임기가 만료되는 호텔롯데 등기이사직에서도 함께 물러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신 총괄회장이 등기이사에 올라 있는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는 호텔롯데(임기만료일 2016년 3월28일), 부산호텔(2016년 11월), 롯데쇼핑(2017년 3월20일), 롯데자이언츠(2017년 5월), 롯데건설(2017년 3월26일), 롯데알미늄(2017년 8월10일) 등이다.

순차적 퇴진을 가정하면 내년에는 롯데 전 계열사의 등기이사에서 신 총괄회장이 물러나게 된다.신격호 총괄회장은 2011년 2월 신동빈 회장을 한국 롯데그룹 회장에 임명한 후 사실상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았다. 그동안 여러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을 유지해 경영에 일부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만 남겨뒀다.

한편 신동빈 회장은 지난 6일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일본롯데홀딩스의 임시주총에서 그룹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상대로 승리해 '원 롯데' 구도를 굳혔다.

일본롯데홀딩스는 이날 도쿄 신주쿠 본사에서 임시 주총을 열어 신동주 전 부회장이 제기한 현 이사진 해임 안건을 부결시켰다.
롯데 경영권 분쟁 일지(자료=한국경제 DB)
오정민·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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