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 설경과 늘 푸른 소나무…'풍경 이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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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화단 이끄는 중견화가 이원희·장이규 화백 2인전

걸출한 선배들의 향토적 구상화풍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인 신(新)구상 경향을 구사하는 중견 서양화가 이원희 화백과 장이규 화백이 9~26일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함께 작품전을 연다. 이제는 둘 다 60대에 접어든 중견 작가지만 계명대 미술대에서 후학을 기르며 아직 도달하지 못한 자기만의 예술세계를 위해 고독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여정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이 화백은 한국을 비롯해 유럽 러시아 등의 때묻지 않은 자연 풍경을 사실적으로 섬세하게 묘사하는 작가다. 탄탄한 회화 실력을 바탕으로 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 등 유명인의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다. 장 화백은 소나무와 산자락이 어우러진 원시적인 자연 풍경에서 초록색 미감을 뽑아낸다.

대구에서 40년 넘게 활동안 장 화백은 소나무로 대변되는 자연을 그린다. 정사각형 캔버스만을 고집하는 그는 충실한 재현을 넘어 자신만의 색깔이 투영된 질서와 조화를 화면에 되살려낸다. 나지막한 수평 구도를 기표로 화면을 전경과 후경 공간으로 구분한 것이 특징이다. 앞쪽은 선명하고 뒤쪽 배경은 희미하게 그리는 ‘줌렌즈 기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중경 없이 전경에서 바로 원경으로 자연스레 넘어가는 독창적인 화면 구성이 이채롭다. 늠름한 소나무는 화면의 중간 지점에 배치해 관람객의 시선을 한데 모아준다. 세월의 무게를 간직한 채 위풍당당한 소나무의 모습에서는 밀레의 풍경화 같은 따스한 행복이 느껴진다.(02)732-35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