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 비친 이세돌 "한 판은 질 수도…미래엔 AI가 결국 이긴다"

알파고 대결 앞둔 이세돌 9단
"5:0 아닐 수도…긴장되지만 이길 것"

[ 최유리 기자 ]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대결을 하루 앞두고 긴장감을 내비쳤다. 여전히 승리를 장담한다면서도 이전과 같이 5대국 전승을 자신하진 않았다.

이 9단은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조금은 긴장이 된다"며 "5대 0이 아닐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과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가 함께 했다.

이 9단은 하사미스 CEO에 뒤이어 마이크를 잡았다. 알파고의 원리와 훈련 방법에 대해 경청한 후 대결에 임하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알파고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면서 지난번과 다르게 긴장이 된다"며 "알파고가 판후이 2단과 대결한 후 업그레이드됐기 때문에 평가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5번에 걸쳐 진행되는 대국에서 한 판 정도는 질 수도 있겠다는 게 그의 예상이다. 다만 한 판을 진다고 해서 전체적인 승부가 달라질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이 9단은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를 할 수 있고 한 판은 질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다만 경험이 많이 때문에 첫 대국에서 진다고 완전히 무너지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승리를 전망하는 이유로는 직관력을 꼽았다. 알파고가 인간의 직관력을 모방할 수는 있지만 아직 수준 차이가 많이 난다는 설명이다.

그는 "컴퓨터의 연산 속도를 따라갈 수는 없지만 직관력과 판단력 등 인간 본연의 감각은 알파고를 앞선다"고 자신했다.

이 9단은 알파고와의 대결을 위해 가상 훈련을 진행했다. 머릿속으로 대국 환경을 그리고 승부에 임하는 방식이다.

이 9단은 "인간과의 대국에선 상대의 기운을 읽는 게 중요한데 이번엔 그럴 수가 없어 혼자 경기하는 느낌이 들 수 있다"며 "하루에 1~2시간씩 훈련하며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AI가 인간을 이길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AI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결국엔 인간을 앞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인간이 지더라도 바둑과 인간의 아름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대국을 통해 스스로도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9단과 알파고가 겨루는 '세기의 대결'은 오는 9일 열린다. 대국은 오는 15일까지 총 5회(9, 10, 12, 13, 15일)에 걸쳐 진행된다. 모든 경기는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 마련된 특별 대국장에서 오후 1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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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